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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 26. 2024

Type A 성격유형과 뇌졸중 이야기

9시 반, 검사를 하기로 한 할아버지가 오지 않으신다. 전화버튼을 살포시 눌러본다.


[할아버지~ 여기 OO병원 신경과예요. 오늘 검사하기로 했는데, 오고 계세요?]

[응~ 가고 있어~]

[어디쯤이세요?]

[응 이제 출발했어]

[네? 9시 반까지 오셔야 하는데요?]

[응 9시 반에 오라고 해서 9시 반에 출발했어~]

[얼마나 걸리세요?]

[1시간 정도?]

[할아버지... 그러면 오늘은 검사를... 못해요...!]


검사 시간을 제 때 맞추지 못하는 느긋한 환자들을 생각하면 점차 나의 뒷목에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 든다. 다음 검사까지 시간을 맞춰야 되는데. 일이 밀리는 것을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쉼 없이 채찍질하며 일하는 나는 신경이 예민한 신경심리사이면서 성취를 추구하는 Type A 유형의 사람이다. 생각해 보면 나의 친정엄마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세트로 가지고 있는 엄마는 성격이 아주 급하고 쉼 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Type A 유형의 사람이다.



Type A 성격이란, 심장 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믿었던 특정 환자에 대한 관찰로 만들어진 성격 유형(Type A, B, D, D) 중 하나이다. 현재는 직무, 스트레스, 건강심리학 등에서 많이 활용돠고 있는데, A형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경쟁심이 많고 적대적이며 쫓기듯이 일하는 성격적 특성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참을성이 없고 성취지향적이다.

-출처: A 유형 성격 (naver.com) 
Type A 성격: 주요 특성, 장단점 (businessinsider.com)




그런 엄마에게 6년 전 뇌경색이 왔다. 엄마는 당시 간호사였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주 어눌한 목소리로 "손에 힘이 빠져 칼이 쥐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언니는 뇌경색임을 직감했고 빨리 병원에 가라고 말했지만 그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엄마는 전화를 끊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에 가야지'라고 생각했고 뇌졸중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Type A 유형의 사람들은 성실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어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경우가 있어서 장수를 한다는 연구도 있는데, 엄마가 병원에 가는 그 중요한 순간을 놓치다니 역시 하나의 유형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엄마의 뇌혈관이 막힌 부분은 Brainstem(뇌줄기) 부위였다. 인지기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뇌피질 부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Brainstem(뇌줄기)은 운동과 감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뇌줄기 하단에는 호흡과 심박을 조절하는 중추가 있어서 자칫하면 위험할 뻔했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기에 엄마는 약 6개월가량의 재활이 필요했다.


그리고 엄마는 Type A 성격다운 반응을 보였다.


자신은 할 일이 많고 바쁘다며 6개월이나 재활치료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반응을 듣고 우리 삼 남매의 혈압이 뒷목에서부터 쭉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의욕적으로 재활치료에 임했다. 수시로 계단 난간을 붙잡고 오르락내리락하며 남들이 하는 재활치료의 두 배를 하루에 소화했다. 그렇게 두 달 만에 퇴원한 후 주기적으로 Brain MRI를 찍으며 추적관찰을 한 지 벌써 6년에 접어들었다. 다행히도 뇌경색은 재발하지 않았다.


만으로 65세가 넘은 그녀는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급한 성격이지만 활발하고, 아직도 자신이 젊다고 믿고 있는 성격이 어쩌면 슬퍼하는 것보다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의 끝에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엄마처럼 Type A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뇌졸중의 위험이 높을까?




비교적 오래되었지만 2012년 스페인의 한 연구에서는 A형 성격유형을 지닌 경우 뇌졸중 위험이 2배로 증가했다는 연구가 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혈압을 높이고,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요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 Type A의 경우 스트레스에 취약한 유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 있지만, 이 결과는 단지 상관관계라서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이지, 원인과 결과는 아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요인이 성격적인 특성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뇌졸중의 원인 또한 스트레스만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연구 이후 Type A와 뇌졸중을 다룬 연구가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심혈관 질환 혹은 직무스트레스와 관련된 연구가 많았다. 그래도 뭔가 연관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지나친 야망과 열정과 쉼 없는 채찍질은 성취감을 주는 대신 건강을 앗아간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되는대로 느긋하게 그러려니 살아가는 연습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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