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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Mar 24. 2022

육아 동지

育兒, 育我, 六我수필 열한 번째 이야기

 출산을 기점으로 우리는 조금 더 찐한 사이가 되었다.


못 볼 꼴 다 보여준 사이.


양수가 터져 분만실에서 대기할 때의 수치플. 팬티도 못 입고 펑퍼짐한 치마 아래로 양수를 뚝뚝 흘리며 화장실을 오가던 때의 느낌이란.


하지만 양수보다 지독한 놈이 있었다. 바로 관장이라는 놈이었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출산 3대 수치플이구나, 싶었다. 간호사는 5분 있다 화장실에 가라고 했지만 절대 5분을 참을 수 없다는 점에서 1차 지독, 화장실을 열고 들어가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뿌르릉 빵빵 푸드드득 하는 소리가 남편의 귀에도 들릴 뿐 아니라 살면서 처음 만난 분만실 옆 침대의 산모와 남편에게도 들리는 그 상황에서 2차로 지독하다. 물론 나의 똥냄새까지 더해지면 3차로 지독해질 수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안 본 척, 괜찮은 척, 태연한 척 흰자로 바라보던 남편.


아아, 삭제하고 싶은 관장의 기억.


그렇게 불타고 애틋했던 관계는 어느덧 동반자적 관계가 된다. 우리의 모든 삶은 아기를 위주로 돌아간다. 아기를 위협하고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저지하는(그게 설령 부모님일지라도) 히어로가 된다.


“엄마, 아기 TV 보여주면 안 돼!”


“아빠 먹던 거 아기한테 주면 안 돼, 충치 생겨!”


“어른 음식은 아직 주시면 안 돼요.”


“카시트는 무조건 해야 돼요!”


이제는 육아 동지가 되어 (지구 대신) 아기를 지킨다. 아기에게만큼은 히어로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엄마 아빠는 대동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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