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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Mar 24. 2022

육아는 OO빨?

育兒, 育我, 六我수필 열두 번째 이야기

그런 말이 있다.

젊어서 출산한 엄마의 육아는 체력으로 하는 거고 나이 들어 출산한 엄마의 육아는 돈으로 하는 거라고.     


만 32세 끝자락에 아기를 낳아서 노산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나이로는 벌써 서른 중반. 새삼 육아는 체력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아는 멘털 vs 체력을 놓고 고른다면 당연히 체력이다. 멘털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법.


24시간 아기와 함께 있다 보면 유독 지치는 시간대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오후 4-5시쯤부터 저녁 9시 정도인데, 보통 아기가 8시 반~9시에 밤잠에 들어간다.


초저녁이 되면 낮잠을 길게 재울 수도 없고 이미 오전에 영혼을 불태우며 놀아주었고 이미 오전에 집안일도 불태워서(빨래를 오전에 한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이다.

  

남편이 칼퇴를 하고 오면 아기를 토스시키고 나만의 힐링 시간(샤워시간, 운동)을 가지는데, 남편이 야근을 하면 저 4시간을 때우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아기의 몸무게는 점점 늘어나고 요즘 세워서 안아주는 것과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쉼 없이 두리번거린다. 그렇게 있다 보면 등과 척추가 빠개질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평소 등 운동을 잘하지 않았었다. 약한 부위부터 조져지는 게 맞나 보다.


그래도 내가 나은 편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알았다. 나는 요리도 해서 밥을 차려먹고 책도 읽고 집안일도 하고 블로그도 할 체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간 꾸준히 운동도 했고 원래 힘이 센 편으로 정수기 물통을 간다거나 30kg에 육박하는 캐리어를 들고 여행을 다니거나 물에 절은 45리터 배낭을 메고 걷는 데 무리가 없었던 젊은 시절이 내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기띠나 유모차만 있으면 한 시간 산책도 무난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육아는 엄청난 체력을 요한다.

  

오늘은 남편도 야근을 했고 5시부터 밥 먹이기 트림 시키기 놀기 목욕하기 기저귀 갈기 등을 해도 아기도 잠들질 않고 시간이 가지 않아 나중에는 아기를 내려놓고 벌러덩 누웠다.


눕는데 등과 허리가 어찌나 아픈지, 아기는 주먹을 빨게 내버려 두고 나는 등 운동(등을 동그랗게 말고 오뚝이처럼 왔다 갔다)을 했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기가 웃길래 (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나도 신이 나서 등 운동을 계속했다. 그래도 통증은 가시질 않는다.


정말이지 체력이 좋을수록 수월하고 체력이 약할수록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반비례 곡선을 그리는 것이 육아와 체력의 관계가 아닐지.


문제는 육아에 있어 체력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아침 댓바람부터 마시는 찐한 커피 한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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