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숨 Jun 03. 2024

잠시 멈춰서

파리의 생활이 주춤한다.

나의 웃음도 행복이 만연하기 보다는 씁쓸해지고 있다. 그것은 돌아오지 않는 내 노력의 결과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프랑스로 건너온지 2년정도가 지났고, 각각 일년에 5개월정도씩 일한게 전부다. 제대로 된 일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내게 들어오는 일자리 제안을 승낙했음의 결과가 아닐까. 무척이나 애쓰며 살았는데 내 노력이 게을렀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선택하지 않았음에 대한 결과가 아닐까... 지금은 내가 내 인생에 대해 무책임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쩌면 지금쯤 시니어 개발자가 되었을 내 경력이, 실상은 학교에 등록되어 있어 "여전히 학생"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분통하게 느껴졌다. 내가 선택한 길임에도 고군분투하고 있음에 서글퍼졌다. 지금 나는 나의 길에서 방향을 잃은채 주춤하고 있다.


알고 있다. 한국에서 행복하지 않았고 나는 모험을 하였다. 지금 이렇게 멈춰서서 생각하는 것이 내게는 잘 된일인지 모른다. 이전엔 생각에 빠지는게 두려워 사는대로 생각했으니까. 지금은 잠시 재정비하여야 할때이다. 


알고 있다. 시니어 개발자가 되어 돈을 저축했을지언정 나는 지금처럼 웃을 수 없을것이라는 것을. 내가 발견한 무수한 나의 새로운 모습들. 그러나 지금 내게 드는 초조함의 감정을 바라보면서 나는 또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생활에서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하는건가. 무조건 더 배워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내 삶을 무조건 이해타산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나는 이해타산적인 삶을 살고 싶은가. 나도 때로는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때로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연약해지고 작아질 때 타인의 손을 뿌리치기는 너무 쉽다. 게다가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이유도 있다. "지금 내가 힘드니까. 나도 버거우니까." 그러나 그럴 때 일수록 사람은 함께 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 내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 어떠한 가치관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은가.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 개발자 periode d'essai 사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