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제왕 ② 발효의 탑으로》
14화. 짠맛의 균형, 젓갈부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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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문이 열리자, 비릿한 바닷바람이 일행의 볼을 스쳤다.
발효의 탑 안에 이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그리고 수평선 아래에서
소금 결정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이곳이 염장의 바다다.”
된장 도사가 말했다.
“짠맛은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힘이지.
너무 짜면 모든 게 썩고, 너무 약하면 맛이 사라지지.”
젓갈부 부장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항아리가 들려 있었다.
“그럼, 제 맛을 시험해보시죠.”
그가 항아리 뚜껑을 열자,
거친 파도처럼 짠내가 퍼졌다.
순간, 바다의 표면이 흔들리며
거대한 그림자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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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소금의 망령’, **솔트 마스터(Salt Master)**였다.
온몸이 결정체로 이루어진 거대한 존재,
눈동자는 수정처럼 투명했지만 차갑게 빛났다.
“너희의 짠맛은 거짓이다.”
목소리가 울렸다.
“짠맛은 맛을 지키는 자들의 언어.
그러나 너희는 그것을 경쟁과 자랑으로 더럽혔다.”
젓갈부의 부장이 이를 악물었다.
“우린 짠맛의 후예야! 바다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이지!”
그 말과 함께 그는 항아리를 들어 올렸다.
“바다의 심장을 봉인해온 항아리,
이 짠맛의 힘으로 너를 막겠다!”
하지만 망령은 웃었다.
“그 항아리 안의 힘은 네 것이 아니다.
진정한 짠맛은 ‘희생’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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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바다 위의 소금 결정들이 폭발하듯 부서졌다.
짠맛의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젓갈부의 부원들이 쓰러졌다.
그들의 손끝에서 항아리의 파편이 흩날렸다.
“안 돼! 우리 젓갈이—!”
부장은 무릎을 꿇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파도가 밀려왔다.
그때, 어디선가 된장 도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짠맛은 단순히 강한 맛이 아니다.
그건 ‘썩지 않게 지켜내는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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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과 동시에, 부장의 손끝에서 빛이 일었다.
바닷물 속으로 항아리 파편이 스며들며
새로운 소금 결정이 피어났다.
그 결정은 예전보다 투명하고, 부드러웠다.
“그래… 지키는 맛이란 건,
이기기 위한 게 아니라 함께 버티는 거였어.”
그가 일어섰다.
파도 속에서 빛나는 결정들이 모여
하나의 문양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염의 인(印)’이었다.
솔트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이제 짠맛의 균형을 이해했다.
이 힘으로 세상을 썩지 않게 하라.”
부장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감사합니다… 바다의 스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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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다시 탑의 중심으로 돌아오자,
공기 속에 은은한 소금 향이 퍼졌다.
겉절이가 미소 지었다.
“짠맛이 이렇게 따뜻할 줄은 몰랐어요.”
배추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짠맛이 없다면 세상의 모든 맛이 썩겠지.”
된장 도사가 마무리했다.
“그래. 짠맛은 ‘기억의 맛’이자 ‘지속의 힘’이니까.”
그 말과 함께, 탑의 4층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곳에서는 붉은 빛이 일렁였다.
“이제 불꽃의 시련이다.”
고춧가루 전사가 웃으며 검을 빼들었다.
“드디어 내 차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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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염장의 바다: 발효의 탑 3층, 짠맛의 근원을 상징하는 세계.
솔트 마스터(Salt Master): 바다의 짠맛을 지키는 망령. ‘희생과 보존의 의미’를 가르친다.
염의 인(印): 짠맛의 균형을 깨달은 자에게 부여되는 빛의 결정.
짠맛의 철학: 세상의 모든 맛은 짠맛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오래도록 지키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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