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변함없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시간

by 수미소

주말 마 다르지 않다. 특별한 일정은 없었고, 집에 머물러도 될 이유는 충분했다. 겨울은 여전히 길었고, 바람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주말 아침이 되자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습관처럼 가방을 챙기고, 차 키를 집어 들었다. 목적지는 변함없다. 시골집, 그리고 그곳에 계신 여든다섯의 어머니.

길은 한결같이 비어 있었다. 주말임에도 차량은 많지 않았고, 회색 하늘 아래 풍경은 더 단순해 보였다. 논은 그대로 잠들어 있었고, 나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주와 똑같은 길, 똑같은 풍경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지겹지 않았다. 반복되는 길 위에서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졌다.

시골집 앞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는 얇은 성에가 남아 있었다. 대문은 이번에도 반쯤 닫혀 있었고, 인기척은 없었다. 차 문을 닫는 소리가 나자 잠시 후 안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나오신다. 지난주보다 조금 더 두툼한 옷차림이다.
“오늘은 좀 춥다.”
그 말 한마디에 겨울의 깊이가 담겨 있다.

집 안은 늘 그렇듯 정갈했다. 필요 없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고, 자리는 정해진 대로였다. 난로는 이미 켜져 있었고, 물은 끓고 있었다. 어머니는 앉으라며 손짓을 하시고, 나는 외투를 벗는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번 주말에는 어머니의 기침이 조금 잦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셨지만, 나는 물을 더 자주 드시라고 했다. 어머니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내 말을 듣는다.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어머니의 말이 늘 기준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기준이 되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점심은 지난주와 비슷했다. 김치와 국, 소박한 반찬 몇 가지. 하지만 맛은 늘 다르다. 그날의 기온, 어머니의 컨디션,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음식도 다른 얼굴을 가진다. 밥을 먹으며 어머니는 지난주에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신다. 누구네 집 소식, 오래전 이웃 이야기, 젊었을 적 고생담. 나는 그 이야기들을 조용히 받아 적듯 듣는다.

오후에는 마당에 나가 햇볕을 잠시 쐰다. 겨울 햇볕은 짧고 귀하다. 어머니는 햇빛을 얼굴에 받으며 가만히 서 계신다. 그 모습이 마치 시간을 말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이 없어도 괜찮은 순간이다.

어머니는 창고 쪽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설명하신다. 이미 여러 번 들은 이야기지만, 어머니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요한 일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기억이 흐릿해져도, 책임감만큼은 여전히 또렷하다. 집을 지키고 있다는 감각이 어머니를 버티게 하는 힘인 듯하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공기가 빠르게 차가워진다. 어머니는 문단속을 다시 확인하고, 나는 혹시 미끄러운 곳은 없는지 살핀다. 역할이 분명해진다.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서로의 빈자리를 조금씩 메워 가는 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 무렵, 어머니는 괜히 “다음 주엔 안 와도 된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대답 대신 웃는다. 어머니도 웃으신다.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은 이미 공유되어 있다.

다음 날 아침도 익숙하다. 어머니는 일찍 일어나 계셨고, 나는 그 소리에 눈을 뜬다. 부엌에서 나는 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매번 반복되는 장면이지만, 매번 마음은 조금씩 다르다.

차에 오르기 전, 어머니는 이번에도 대문 앞에 서신다. 손을 흔들며 “조심히 가라”고 하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출발한다. 백미러 속 어머니의 모습이 지난주와 겹쳐진다. 같지만 같지 않은 장면.

다음 주말 방문은 특별한 사건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 쌓이는 시간들이 있다. 겨울이라 할 일은 없어도, 습관처럼 내려가는 시골집. 여든다섯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이 반복되는 주말들이, 언젠가 나에게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또 다음 주말을 향해 조용히 마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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