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결심이 아니라 누적이다
나는 단단해지고 싶었다.
누가 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쉽게 상처받지 않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
그래서 오래 버텼다.
괜찮은 얼굴을 유지했고,
속으로 일어나는 균열을
애써 덮어두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완벽하게 버텨낸 날들보다
흔들렸던 날들이
더 또렷하게 기억난다.
사소한 말 하나에 마음이 내려앉던 순간,
별것 아닌 일에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던 밤,
괜히 예민해져
스스로가 낯설어지던 시간.
그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릴까
자주 묻곤 했다.
흔들림은
부족함처럼 느껴졌다.
균형을 잃은 상태,
덜 단단한 증거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 바람도 없는 곳에서는
나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인다는 건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고 있다는 뜻이고,
그 바람을
몸으로 통과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흔들리지 않기보다
흔들리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번의 흔들림 뒤에는
작은 이해가 남는다.
왜 내가 그 말에 아팠는지,
왜 그 장면에서 주저앉고 싶었는지,
어디가 아직 덜 단단한지.
흔들릴 때마다
나는 나를 조금 더 알게 된다.
단단함은
아무 감정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감정을 지나온 자리에서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울고 난 뒤의 고요,
분노가 지나간 뒤의 무력함,
그 모든 것 위에
조용히 쌓이는 힘.
나는 한동안
흔들리는 나를 부끄러워했다.
누군가에게 보일까 봐
재빨리 수습했고,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 뒤에서
마음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숨기지 못하는 건
표정이 아니라
감정의 온도였다.
흔들릴수록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다.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는 버거운지.
흔들림은
방향을 잃었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무감각해지지 않았다는 증거.
모든 것이 무덤덤해지는 날보다
차라리 흔들리는 날이
더 진짜일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버티는 나보다
잠시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나는 내가
더 나다운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가끔은 불안하고,
가끔은 서툴고,
가끔은 쉽게 지친다.
그런 날에도
나는 나를 데리고
하루를 건넌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밤이 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은 하루.
그 사실이
오늘을 지탱한다.
변화는
흔들림이 사라질 때 오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을 지나가며
조용히 남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흔들림을
나를 부정하는 이유로 쓰지 않는다.
흔들리는 내가
조금 더 진짜에 가깝다는 걸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여기까지 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