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하루

by 썸키

일상 속에서 낭만을 찾기란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반드시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야만 한다고 확신했다.


친구와 꽃구경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일기예보에는 일주일 전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매일매일 날씨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강수량이 적어진다거나 바뀌게 되면 산책 루트를 짜보려고. 기대는 기대로 끝났다. 비가 꽤 많이 왔다.

친구가 역으로 데리러 오고 차 문을 열었을 때 나를 반기는 것은 꽃이었다. 장미꽃 한 송이. 졸업식 이후로 받은 꽃이 처음이기도 하고 친구가 덧붙인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꽃을 준비한 이유가 비로 꽃구경을 하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나만을 위한 꽃구경은 꽤나 행복했다.


친구는 첫 만남부터 신기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으로 인사를 건넸는데 친구도 그 느낌을 들었다고 했다. 나중에 하나씩 퍼즐을 맞춰봤지만 만나기 전의 접점은 없었다. 친구와 3년을 붙어서 지내고 대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서 기분이 다소 묘해졌다. 친언니만큼이나 의지했던 친구인데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나. 단톡방에 간간이 올리는 안부 연락과 일 년에 한 번씩 가는 여행으로 불씨는 사그라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일에 허덕이게 되면서 자연스레 만남은 줄어들었다. 그 시기에 인간관계를 고민하게 되고 친구의 의미도 되짚어 보았다. 넘치는 마음에 비해 관심도가 적었을까. 선물을 고르지 못하는 아이처럼 그 자리에 서서 질문만 내뱉었다. 의문을 담은 장작으로 지핀 불은 뜨끈하게 타올랐다.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보며 울렁이는 마음을 던져 넣고 있을 때 꽃을 선물 받았다.

톡톡. 젖지 않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걱정을 안고 있는지 세세히 알고 있지 않아도 된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 하나면 의미 없는 행동도 위로가 될 수 있다. 별거 아닌 것들이 모인 별은 우리의 하늘에 오로라를 피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