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편하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지내라는 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안다.
가족인 사람들에게서도 듣지 못한 말인데, 너에게서 비롯된 울림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집은 사생활의 집합체라고 생각해서 남을 들이는 걸 싫어한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은 한 번도 나의 집에 놀러 온 적이 없다. 그래서 간혹 서운함을 표하는 말들이 나오곤 했다. 반대로 누군가의 집에 잘 가지도 않았다.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짓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해서 그런가.
너는 언제든 와도 된다고 했다. 숨길 것도 없고 같은 공간에 같이 있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나를 고려해서 인테리어를 했으니 내 집처럼 쓰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마냥 좋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왜 믿지 못했을까. 입 바른말이라고 판단하고는 그냥 웃어넘겼다.
내일 가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 나의 행동에 약간은 서운함을 느낀 듯했다. 거리감이 느껴져서일까. 밥을 먹는 동안에 한번 더 얘기를 꺼냈다. 편하게 와서 얼마든지 있다가 가라고. 대신 각자 할 일이 있는 날에는 서로의 일에 집중해서 하자고. 진심일까 궁금해져 빤히 쳐다봤다. 마주친 눈동자는 단단한 의지를 담아 반짝였다. 바라보는 표정은 온화했다. 미소를 짓진 않았지만 눈가는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나는 항상 의심하고 너는 매일 커다란 신뢰를 준다. 내민 손을 보지 못하고 한참 뒤에야 이마를 치며 다가간다. 그때 마주 잡은 손은 은은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늦을걸 알고 있다는 듯이. 기억을 곱씹어보며 의미를 조각해 가는 행위가 멋지다고도 했다. 아니 신기하다고 했던가. 걸작이 완성되지 않아도 과정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멋지다고 했다. 뒤늦게 알아차린 진심에 비하면 어설프기 짝이 없다.
보잘것없는 나의 일에도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며 기뻐했다. 주변 인물 중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 많이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만큼 자기도 많이 예뻐해 주고 신경 써줄 거라며 곁에 있어달라 했고. 우리가 어떤 사이로 남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넘치는 애정으로 키워준 용기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원천이 될 거란 것을 안다.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실망하지 않게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더 이상 게을러지면 안 된다. 스스로 만들어낸 채찍을 휘두르며 결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다듬어야 한다. 그게 나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