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u m k y e u l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심장이 쪼그라든다. 사랑하는 자는 무릎을 꿇는 자가 아니라, 무릎이 꺾이는 자다. 먼 훗날 당신이 많이 아파 내 무릎이 꺾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나뭇가지가 눈의 무게를 못 이겨 꺾이듯 그런 것은 아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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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은 이겨내야 할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겪다,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 새로워지는 것은 선물 같은 일. 그러나 누구도, 너무 많이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 어느 누군가에게는 스치는 문장이 어느 날의 나에게는 마음에 두는 문장이 되어 자연스레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마음에 둔 문장을 속으로 되뇌다 기어코 종이 위에 옮기는 일. 내가 위로받듯이 어느 누군가에게 나의 소소한 위로가 전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
글ㅣ박연준산문집 / 소란
캘리그라피ㅣ이지원(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