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있음의 신학과 철학
‘목숨’이란 무엇인가?
‘성령’의 라틴어는 ‘spiritus(스피리투스)’다. 헬라어는 ‘프뉴마(pneuma)’다. 헬라어 ‘프뉴마’는 ‘숨’ 혹은 ‘호흡’을 뜻한다. ‘스피리투스’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스피리투스’든 ‘프뉴마’든 ‘목숨’이란 뜻이다. 목숨이란 생명의 행위다. 그 일이 멈추면 목숨은 멈추고 생명도 꺼진다. 그러니 목숨은 생명의 행위이며 동시에 생명 그 자체다.
모든 산 것은 각자 자신의 목숨을 가진다. 아무리 작은 벌레라도 그는 그 나름의 목숨을 가진다. 그만의 그 목숨이 바로 그이고, 그 목숨의 주체가 바로 그이다. 다른 이가 대신 그의 목숨을 가질 수 없고, 주체가 될 수도 없다. 목숨의 편에서 모든 목숨은 그 자체로 그이고 주체다.
굳이 산 것이 아니라도 그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보존하려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은 더 큰 의미의 목숨을 가진다. 돌은 숨을 쉬지 않지만, 돌은 돌로 자신의 존재와 본질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 애씀 역시 큰 의미의 목숨이다. 저 산도 마찬가지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산으로 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애씀 속에선 수많은 존재가 더불어 애쓰고 있다. 나무의 뿌리들이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와 돌이 산의 모양을 잡고 흩어지지 않게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 산의 수많은 생명이 서로가 서로에게 거름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산으로 있는 게 아니다. 산 자신의 자기 내어줌과 그 산 가운데 수많은 생물과 무생물의 더불어 있음으로 산은 산으로 있다. 그렇게 산의 목숨은 더불어 있음 그 자체다. 나란 존재도 나란 존재로 있기 위해 내 몸의 수많은 세포가 더불어 있다. 그 더불어 있음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없다. 그러니 나의 목숨도 결국 더불어 있음 그 자체다. 산의 목숨은 역동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있다. 나의 목숨이 역동적으로 나의 존재를 지키고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산도 사람도 지구라는 하나의 큰 존재 안에서 더불어 있다. 그 더불어 있음이 무너지는 순간 지구는 병들어 갈 거다. 사람만이 주인이라며, 사람만이 가장 신성하다며, 홀로 있고자 한다면, 지구는 바로 그 순간부터 병들어갈 거다. 지구의 목숨은 그렇게 사람에 의하여 죽어갈 거다.
결국 우리 모두, 산 것이든 살지 않은 것이든 우린 하나의 거대한 더불어 있음을 이루고 산다. 그 큰 더불어 있음 가운데 우린 하나의 목숨이다. 그 큰 목숨 가운데 나도 있고 나 아닌 모든 게 있다. 그리고 우리를 이루고 있다.
목숨, 그 더불어 있음, 결국 우린 그것으로 살 수 있다.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어쩌면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나의 목숨이 바로 나의 생명이고 나의 삶이듯이 말이다. 그리 생각하면 그 어느 것도 함부로 할 게 없다. 그도 나 아닌 나, 즉 우리이며 우리의 목숨을 이루는 소중한 그 무엇이니 말이다.
유대칠 씀
2022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