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주간 12월 3일
"그리고 곧 영이 예수를 광야로 내보냈습니다."
마르코 1장 12절
태초에 하느님은 빛을 만드셨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은 본시 빛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참 막막합니다. 보이는 게 없습니다. 어둠뿐입니다. 어둠 속에서 우린 한 없이 외롭습니다. 철저히 홀로입니다. 바로 옆에 누군가가 있어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빛을 만드셨는데 왜 세상은 이렇게 어두울까요. 우리가 눈을 감았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으면 나의 옆 누군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화가 나면 그냥 막 소리쳐 버려도 그만입니다. 그 말에 가슴 아플 사람이 바로 옆에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눈을 감고 살아가면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해도 그래서 참 나쁜 사람이 되어도 자기로 아파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으니 참 편합니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서로가 서로를 보지 못해 서로가 서로를 한 없이 경계합니다. 매 순간 의심합니다. 그리고 자기 의심을 정당화하며 만들어진 선입견으로 누군가를 만나기도 전에 그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에 대한 자기 차가운 마음을 정당한 것이라 믿어 버립니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리며 살기에 참 세상은 힘듭니다. 원래 세상은 이런 것이라 생각하며 따스함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모두가 차가운 놈이니 나도 지지 않기 위해 더 차가워져야겠다 각오하며 살아갑니다.
광야란 눈 감은 이들의 공간입니다. 눈을 감고 있으니 서로 보이지 않고 서로 들리지 않고 진심으로 만나지 않는 그런 공간입니다. 그저 혼자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힘겹게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참 외로운 곳입니다. 눈을 뜨면 되는데, 눈을 뜨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자기로 인해 아픈 이들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가면 그들도 눈을 뜨고 자신을 보며 더불어 있게 될 것인데, 서로 눈을 뜨지 않고 광야에서 눈을 감고 서로 싸우며 힘들게 살아갑니다.
예수는 광야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찾아와 이제 그만 눈을 뜨라 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는 그렇게 홀로 아프게 살지 말고, 더불어 있으라 합니다. 자기 한 몸을 위해 살지 말고, 모두가 더불어 좋은 곳을 이루어가자 합니다. 그 길이 힘들어도 그 길을 가자 합니다. 그저 죽어갈 하늘나라만 생각하며 죽을 날만 기다리지 말고, 하늘에서와 같이 지금 여기도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천국을 일구어가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눈을 뜨자 합니다. 이제 광야가 아니라, 하느님이 만들 이 우주의 참모습처럼 빛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자 합니다.
그런데 우린 아직도 더불어 있기는커녕 더 치열하게 홀로 있으려 노력합니다. 더불어 좋음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살기보다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더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이기심의 기도로 살아갑니다. 기도가 홀로 있으려는 다짐이 되어 버린 셈이죠.
어떻게 더불어 살까...
이번 성탄은 이걸 고민해야겠습니다. 아주 대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너무너무 시시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작지만 더불어 있으려 애쓰는 그 작은 마음이 모이고 모여 하늘에서와 같이 지금 여기도 희망 가득하게 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2023년 12월 3일
유대칠 암브로시오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