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곳에 있을 뿐입니다.

루카 복음 12,31-35 (2020 10 29)

by 유대칠 자까



루카 복음 13,31-35



31 그때에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32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가서 그 여우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 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33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34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35 보라, 너희 집은 버려질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하고 말할 날이 올 때까지,


정녕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예수는 죽을 자리로 가고 있습니다. 죽어서 무엇을 이루려 하나 보면 결국 홀로 거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모두 거룩해지자는 것입니다. 나의 편에선 어리석어 제대로 다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알아들은 만큼 살아갈 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더불어 모두 다 거룩해지자는 예수의 길을 따라갑니다. 나는 정말 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따르다 보면 매번 경험하게 되는 죽음이 있습니다. 바로 아집입니다. 나로 있으려는 고집, 변화하지 않으며는 고집 말입니다. 그 아집의 죽음을 경험합니다. 처음엔 참 아프고 이거 손해는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이 자리를 피해 아집 속에서 나만 홀로 더 나아가자 사는 것이 더 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그렇게 아집을 죽이며 그렇게 매번 죽어가면서 조금 더 맑은 나로 부활하여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여기가 나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길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길을 따라 고난 속에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셨지요. 그분을 따르는 사람으로 나 역시 나의 길을 갑니다. 조금 바보 같아 보여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에도 항상 흔들리고 부서지고 아집으로 살아가는 것이 또 나의 모습입니다. 완전해지지 않고 완전을 위해 애쓰다 죽어가겠지요.


힘듭니다. 완전히 예수와 같이 질 수 없어도 이렇게라도 예수를 따라 완전하지 않은 내가 완전을 향하여 매 순간 아집을 죽이며 다시 맑게 부활하여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듭니다. 그런데 이 힘겨움이 행복이 아닐지요.


구원이란 결국 나의 길 나의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고 때론 유혹에 무너지며 눈물로 후회하는 날이 있어도 그렇게 그렇게 애쓰며 그 길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신앙입니다. 신앙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힘든 일입니다. 아집을 죽이고 맑게 매일매일 부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이 땅에서의 구원이라 생각합니다. 구원은 그런 삶의 상태가 아닐지요. 우리 삶의 마지막 종결의 모습이 아닌 그렇게 우리 삶의 애씀, 그 상태가 구원이 아닐지요.


오늘도 다짐합니다. 나의 길, 나의 자리, 아집을 죽이며 죽이며 또 죽이고 맑게 부활하고 부활하고 또 부활하는 그 힘겨움이 바로 신앙 가운데 참 행복이라 구원이나 다짐합니다. 다시 다짐합니다. 그렇게 살아야겠다 다짐합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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