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천국에서 더불어 웃고 있는 사람

유대칠의 성서 읽기

by 유대칠 자까

“행복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이여! 하늘의 나라가 바로 그들의 차지입니다.”

「마태오복음」 5장 3절


마음이 가난한 이는 어떤 사람일까요? 「루카 복음」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이 아니라, 그냥 ‘가난한 이들’라고 합니다. 저는 그냥 ‘가난한 이들’이란 말이 더 좋습니다. 그 말은 우리를 더 낮게 만드는 그런 말 같습니다. 정말 돈이 없어 가난한 이들, 그들은 참 아픈 이들입니다. 돈이 없으니 권력도 없고 아플 때 제때 치료받지 못해 더 쉽게 더 많이 아픈 이들입니다. 권력도 없이 아픈 이들, 바로 이들이 가난한 이들입니다.

그렇게 가난한 이들은 욕망으로 가득 찬 이 세상 가장 아래에서 가장 쓰디쓴 부조리를 온 삶으로 받아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그런 그들의 자리가 가장 귀한 하느님의 자리일지 모릅니다. 세상 가장 낮은 자리, 바로 그 자리가 예수가 찾아와 더불어 있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 마음이 가난한 이는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을 이기겠다는 욕심을 품지 않습니다. 남을 적으로 두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남을 함부로 적으로 두고 살아가면 세상 살기가 참 편합니다. 남을 악당으로 만들고 살면 그만큼 자기가 더 선하고 더 거룩해 보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자기 아집(我執) 속에서 참 나쁜 사람이 되어 가지만 스스로 모릅니다. 마음이 아집으로 가득한 이들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되어갑니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나쁜지 모르면서 말입니다. 항상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고, 항상 누군가를 이단으로 만들며 또 어리석은 이로 만들어 버리며 오직 자기만 홀로 선하고 거룩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자기에게도 독(毒)이고 함께 살아가는 이에게도 독입니다.

가난한 이, 그래서 이 세상 부조리에 아프고 힘들어도, 마음이 가난한 이로 살아가는 이들, 아집에 묶여 살지 않는 이들, 누군가를 함부로 적으로 만들고 이단으로 만들지 않으며, 담담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 어쩌면 바로 그런 이의 그 삶 자체가 이미 천국인지 모릅니다. 그의 곁에서 그와 더불어 사는 이는 바로 그를 통해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러니 그런 이들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요.


가난한 이, 그래도 담담히 아집 없이 살아가는 이,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미 천국에서 더불어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유대칠 씀

2024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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