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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23. 2022

과거의 경험이 오늘 내게 말해주는 것

지금으로부터 팔 년 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사는 정글 같은 곳이었다. 매일 각기 다른 사건사고가 일어났고 졸업도 전에 일을 시작한 햇병아리 같은 내게 회사 생활이란 무기 없이 전쟁터에 뛰어든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매일매일 회사에서 열 시간을 넘게 앉아 있으면서 회사 내에서 내 역할과 내 업무, 내 존재에 대해 고민했다. 잘하는 것도 없고 어떻게 이 자리에 뽑혔는지도 몰랐다. 그저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그 어디에서도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매일을 꾸역꾸역 버티듯 다녔다. 꽤 오랫동안 왜 힘든지 이유도 모르게 힘든 시간들이 이어졌다. 회사는 적응이 되지 않았고 사적인 생활도 피곤하기만 했다. 다 같이 공부하다가 한두 명은 취업하고 또 다른 몇 명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길이 보이지 않는 취업 준비를 시작했던 그때. 아주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걸어도 걸어도 출구가 보이지 않아서 주저앉고 싶었지만 여기에서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그 어둠에 잡아먹힐까 봐 불안한 가슴을 안고 울면서 매일매일 보이지 않는 그 출구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어느새 칠 년 차의 직장인이 되었다. 여전히 나는 모자라지만 과거의 경험과 시련으로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어떤 일이 와도 짜증이 나고 막막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자라는 결심이 선다. 도무지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몰랐던 그때의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절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는 생각보다 잘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잘하고 있다는 그 모순적인 인정과 사실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몇 년이 지나든 모르는 것은 계속 나온다는 절대 명제를 생각해보곤 한다. 매일 그렇게 보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지금은 불평하며 울어도 고작 한 달만 지나면 다 추억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과거의 경험은  현재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가끔은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에 이불 킥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험들은 어느샌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매끄럽게 변한다. 내가 경험한 것인데도 영상을 보는 것처럼  겹의 막이 생긴다. 나는 그래서 이십  초반으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이 훨씬 좋다. 그때와는  다른 종류의 문제들로 시름하고 고민하고 미래의 대한 불안과 걱정은 여전하지만 청춘으로 포장되는 이십  초중반의 특권 같은 불안정함과 우울감보다는 삼십 대의 안정감과 무게감이  기껍게 느껴진다. 과거의 경험을 딛고 일어선 현재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받쳐주게  거다. 그렇게 경험으로부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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