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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Bom Jan 20. 2022

런칭을 해야만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쓰는 게 좋은데 이 압박에 못쓰는 게 싫어서

서비스나 프로젝트가 런칭을 하고, 지표가 잘 나오고, 사용자와 시장의 반응이 뜨겁고.

모두가 바라는 이 그림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데, 내가 지금 느끼는 매일은 진짜이고 나에겐 꽤 중요하다.

모두가 런칭을 하고, 성공을 해야만 내 생각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또는 실패를 했다고, 거창한 서사를 가진 실패를 해야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뭘 쓸건데? 라고 하면 내가 일을 하며 느끼는 모든 것. 내가 매일 조금씩 조금씩 맷돌을 굴리며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고민하는 것들. 그냥 진짜인 그것들에 대해서 쓰고 싶다.

흔히 퍼블리시된 콘텐츠에는 아웃풋이 있어야, 대단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이제 포맷도 좀 변할 때가 되지 않았나?(내 맘)

내게 있어서 인사이트는 서사보다 작은 매일에 있다.



요즘 들어 ‘이렇게 일하고 싶다’는 모습을 더 많이 그린다.

일단,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싶다. ‘진정성 있는 피드백’은 서로 믿을 때 된다고 믿는다. 실력으로 신뢰하던, 인격적으로 신뢰하던. 넷플릭스도 너무 멋지긴 한데,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해야 더 솔직해지더라고.

두 번째는 기본. 연차가 늘 수록 스킬보다 기본에 더 집착하게 된다. 넓어질 기회는 오히려 많다. 넓어지는 범위와 빠른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그건 학습의 영역이지, 몰두할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럴수록 몰두할 건 기본, 또 기본.

다음으로는 구석구석 챙기고 싶다. 디테일함을 챙긴다와는 좀 다르다. 중요한 걸 놓치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 구석구석 다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그러기 위해선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서 보다가 시야를 자유롭게 능동적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이상한 말인데, 스트레스받는 거 참 좋은 거 같다. ‘잘해야 해’, ‘잘하고 싶다’는 책임감과 압박. 사실 이런 욕심이 없다면 내가 나를 굴리기가 힘들다. 주체성은 스트레스에서 온다. 조건은 있다. 최대한 건강하게 풀기. 또 내가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걸 주변에 알리고 도움받기.



미술품을 꼭 하나 갖고 싶다. 박서보, 이우환, 김환기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너무 비싸서 이번 경매도 포기했지만.

이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끓어오르다가, 비워졌다가, 다시 차올랐다가 한다.

왜 이렇게 뜨겁게 느껴질까, 고민해봤는데 ‘완결성’이었다. 나도 무언가 만드는 Maker이지만, 완성이 없다. 그게 참 매력적이고 나와 잘 맞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면서 고치면서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건 항상 ‘완성’이었다.

내가 하는 일과 정 반대인 완결성을 곁에 하나 두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황홀함에 위로받는다.

얼마나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나 잘한다고 뽐내고 싶은 욕구가 많은가. 그걸 점 하나로, 묘법 하나로 눌러 낸다. 그 치열한 시간을 온전히 견디고 ‘완성’이라며 세상에 내놓는 작품 한 점. 그들은 절대 세상과 사람들에게 Test 따윈 하지 않는다.



내가 내 일에서 작품이라 할 만한 걸 만들 수 있을까. 아마 그런 이상을 품은 채로, 지금은 그저 매일 충분히 느끼며 고민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면 아마 못할 것 같으니까, 이런 주저리를 늘어놓는 것 같기도 하다. 사소한 고민들을 낱낱이 기록하는 게 내 장점이라, 아니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마지막은 내 치트키, 나의 고영희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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