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소녀>와 <이사>
달리는 두 소녀를 보았다.
어른들의 문제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어른들의 답을 알기 위해 달리는 소녀가 나오는 영화를 두 편 보았다.
영화 마지막에 소녀들이 내뱉는 한 마디, 코오트의 Daddy, 렌코의 오메데토.
서글펐다가 조마조마했다가 안쓰러웠던 내 감정을 다 어루만져 준다. 결국 이 한 마디를 위해 영화의 러닝 타임이, 소녀들이 달렸다.
자신을 돌보지 않던 부모를 잠시 떠나 친척집에 맡겨진 코오트. 그들은 한 땀 한 땀 시간을 내어 함께 마구간을 쓸고 잼을 만든다. 코오트는 처음 겪는다.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구나.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있었구나.
그리고 그들을 위해 할 일은 단 하나, 열심히 달려 우체통으로 가 배달된 편지를 가져다주는 것. 그리고 쓰다듬을 받는 것. 자신이 ‘이곳’에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처음 알게 된 코오트는 다리를 힘차게 움직여 자신의 있을 곳을 정한다.
별거를 선택한 부모에게 잔뜩 화가 나서 왜 낳았어? 묻는 렌. 이후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는다.
추억은 한 손에 셀 수 있는 정도만 있으면 된단다.
렌은 부모의 결별이 싫어서 이 악물고 낯선 길을, 시커먼 숲 속을, 바닷가를 헤집으며 뛰어다닌다. 어딘가 내가 바라던 답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 해결해주지 않을까. 이윽고 지쳐 잠든 새벽, 가만히 서서 울고 있는 자신을 본다. 바라보던 렌이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
너는 사실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울고 싶었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안아주는 거구나, 그리곤 신나게 외치는 거구나. 잘 가! 나는 이제 잊을게! 잊어도 될 추억이 생겨서 축하해!
잊는다는 건 뭘까. 달리는 것이다. 땅으로부터 단단히 밀어 올리는 내 발바닥의 감각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겪었던 고통보다 힘찬 발돋움을 더 기억한다면, 나의 단단함을 믿게 된다면 추억은 한 줌이어도 괜찮을 것이다.
코오트와 렌, 정말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