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진 Jul 18. 2024

사주

생각 쪼가리 #10. 사주

  한동안은 MBTI가 유행이더니, 그다음으로는 사주가 유행을 탔다. 그전까지만 해도 사주를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다.



  사주의 사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干支). 또는 이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점.

| 표준국어대사전


  즉, 사주란 본인의 생년월일시를 통해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것이다. 사주는 나름대로 고대 중국부터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역사가 깊은 통계학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점이나 굿은 안 믿어도 사주는 믿는다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다.






  나는 사주가 유행하기 한참 전 사주를 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엄마가 내 사주를 보러 다녔다. "우리 딸이 대학을 어디로 갈까요", "좋은 대학 갈 수 있을까요"가 그때 엄마의 주된 질문이었다. 원래 사주를 보러 가면 좋은 이야기만 해주는 건지, "지금까지 공부 하나도 안 했어도 Y대 컴공은 가겠네"라는 말을 했더란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와서는 하루 종일 기분 좋아 보이셨다.



  내가 사주를 직접 본 것은 성인이 된 뒤로도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대학원생 시절, 너무 힘들고 내 미래가 캄캄해 보여서 지나가다 즉흥적으로 사주를 보러 들어갔던 적도 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간 적도 종종 있었다.



  근데 재미있는 건, 사주를 보는 사람들 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마치 동일한 통계 결과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어떤 곳에서 발표하는지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40대에 돈을 많이 벌 사주라고 치면, 어떤 분은 '40대 전까지는 돈을 못 모은다'라고 말하시고, 어떤 분은 '40대에 대운이 들어온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게 그 말 이기는 하지만, 직접 듣다 보면 그 차이가 참 재밌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사주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본인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면 사주가 아니라 예언이라고 불리었을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