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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ul 26. 2024

엄마, 나는 왜 '나'야?

생각 쪼가리 #18. '나'

  내가 아주 어렸던 꼬꼬마 시절, 나는 엄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엄마, 나는 왜 '나'야? 왜 나는 엄마나 아빠 같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나'로 세상을 보는 거야?"



  지금의 나로서도 대답하기 힘든,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정확히 저렇게 말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대충 저런 뉘앙스로 질문했었다.


  엄마는 그때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게 바로 '자아'라는 거야."






  아마 저 시기쯤 내가 한창 만화 영화에 빠져서 영혼이라는 것이 진짜 있는 것인가 궁금해서 저런 질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혼이라는 게 진짜 있어서 '나'는 내 몸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게 정답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소위 말하는 '답정너'처럼 질문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엄마의 대답은 영혼이 아니라 '자아'라는 것이어서 나는 실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자아에 대해서 엄마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던 것 같은데, 그때는 이해도 되지 않고 원하던 답도 아니었어서 그런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그 질문 이후로 시간이 지나고, '자아'라는 것이 뭔지 알아가면서 종종 어린 시절의 질문을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그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아직 어린 시절의 내가 한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평생이 지나도록 그 답을 찾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가 왜 '나'인지에 대해서 사유를 하면 할수록, 나는 '왜' 나인지 보다 나는 '어떤' 존재인지를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왜 '나'인지 이전에, '나'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먼저 알아가고 있으면, 내가 '나'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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