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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ul 25. 2024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생각 쪼가리 #17. 스트레스

  얼마 전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다. 원래 빈혈이 있던 것은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빈혈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많이 당황했었다. 바로, 백혈구 수치가 정상 이하였던 것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백혈구 수치가 정상 이하라니. 그것도 아직 어린 나이에.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정말 머리가 띵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분들과 커피를 마시며 건강검진 이야기가 나와서, 빈혈에 백혈구 수치가 정상 미만이더라, 그래서 의사와 상담을 하라고 하더라,라고 말을 했었다. 그 말을 들은 상사는 '그냥 사내 의원에 가면 된다'며, '아들이 지금 열난다는데 걱정돼서 일찍 퇴근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을 돌리셨다.



  '아니, 본인 자식만 귀하고 남의 자식은 귀하지도 않아?'


  하고, 처음으로 반발심이 들었다. 심지어 사내 의원은 오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해서 더 짜증이 났던 것 같다. 심지어 우리에게 일을 잔뜩 안겨주시고 본인은 일찍 집에 들어가셨고, 나는 결국 야근할 수밖에 없었다.






  급한 대로 방문한 사내 의원에서는 이 정도 수치면 정상보다 아주 약간만 낮은 거라고, 이 수치의 절반은 되어야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거니까 그냥 있어도 된다더라. 그리고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렇게 백혈구 수치가 낮아진 거라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라는 말만 해주셨다. 스트레스 관리가 말이 쉽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그날 이후로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만 이어지고 있다. 일은 많지, 몸은 점점 지쳐가지, 한번 실수하면 험담이 이어지지... 정말 스트레스로 가득 찬 날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한 달이 넘도록 병원에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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