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종 장아찌
‘요리하는 자몽씨’
제 인스타 닉네임입니다. 계정을 만들 때 크게 고민 없이 지은 이름이었는데, 어느 날 누가 이렇게 지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더라고요. “여름과 자몽을 좋아해서요.”라는 대답에 살짝 당황하시긴 했는데(웃음) 정말 큰 의미가 없었어요. 막상 계정을 개설하고 나니 이름이 요리와는 상관없는 이름인 것 같아 ‘요리하는’ 말도 붙였는데 이후 흑백요리사에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셰프님이 등장하셔서 흠칫했습니다.
이제는 주변에서 자몽만 봐도 제 생각이 난다고 해요. 이쯤 되면 꽤 잘 지은 이름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원래 SNS와 거리가 먼 성격인지라 인스타그램은 저에게 낯설고 어색한 공간이었습니다.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코로나 시기에 요리를 시작하게 되면서 하나둘 찍어두었던 사진을 지인이 보고 인스타에 올려보는 걸 권유하더라고요. 처음엔 나 같은 사람이 올려도 되는 거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주변의 호의적인 반응에 저도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벚꽃 드라이브를 하던 중, 동화 속 그림에 나올법한 숲 속의 별장 같은 카페에 들렀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고, 만개한 벚꽃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여유로운 공간에서 저희는 치열하게 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웃음)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었는데 주제가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인스타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참에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스타그램 앱을 다운 받았습니다.
막상 다운 받기는 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처음에는 그저 단순 기록용으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한 장 올리고, 메뉴 이름 적는 정도였죠. 그렇게 몇 번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뉴 설명정도는 할 수 있겠더라고요. 맛은 어땠는지, 요리하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말이에요.
집밥 피드를 운영하는 다른 분들의 게시물을 보면서, 범접할 수 없는 퀄리티에 감탄하고, 사진 한 장에 담긴 아늑한 감성에 마음이 힐링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이런 게시물을 한 번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동기부여를 받으며 레시피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레시피라고 해봤자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집밥 레시피이지만 요리 후 맛을 볼 때면 ‘이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기에 누군가와 이 레시피를 나누고 싶었어요. 감성 가득한 주방도, 예쁜 플레이팅도,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영상 기술도 없었어요. 그냥 손으로 들고 찍어 흔들흔들거리는 볼품없는 영상뿐이었지만요. 볼품없는 영상도 계속 올리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그래서 만 원짜리 조명도 하나 사고, 휴대폰거치대도 마련하면서 촬영에 진심을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레시피 영상을 찍기 시작한 이후, 신랑이 유튜브에도 동일하게 올려보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나중에 지워질 영상이라면 유튜브에 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스타와 유튜브를 함께 시작하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플랫폼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플랫폼은 달라도 댓글의 상처는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제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무례한 충고를 듣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유튜브는 야생이에요, 여러분.(웃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달리는 댓글은 완전히 달라요. 제 영상 중 하나가 유튜브에 노출이 조금씩 되면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왜 이렇게 하느냐, 돈 벌려고 아무나 영상 올린다.’라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댓글들이었습니다. 음식 색이 어두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지의 껍질을 반 정도 깎았는데, 가지 껍질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가득했어요. 반복적인 비판의 댓글들로 멘탈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본 댓글 하나가 제 마음을 와르르 무너뜨렸습니다. ‘돈 벌려고 아무나 영상을 올린다’는 댓글이었는데, 돈이나 벌면 이런 댓글쯤은 감수할 수 있었을 거예요.(웃음) 그런데 이런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날카로운 말을 들으면서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데, 이 평온함에 돌을 던질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싶었어요. 그 순간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졌고, 결국 올렸던 유튜브 영상을 모두 내리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인스타그램에서는 한 달간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이벤트 종료 2주 후 당첨자 발표를 했는데, 그때 이벤트에 참여하셨던 한 분이 오전에 장문의 디엠을 보내셨더라고요. “바쁘다는 핑계로 발표는 미루면서 일상은 잘 올리냐고, 마무리가 아쉽다.”며 저를 차단하셨더라고요.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했어요. 이후 마음에 밀려오는 욱신거림. 제 나름대로 감사한 팔로워분들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전하고 싶어 좋은 마음으로 진행했던 이벤트였는데, 오히려 제멋대로인 사람이 되어 있으니 이 또한 마음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 정도 말에는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저 두 가지 사건은 제게는 깊은 상처로 남더라고요. 고작 이런 일에 상처받고 생각의 늪에 빠지는 제 자신이 나약해 보이고 어려 보여 못나게 느껴졌습니다.
생각의 늪에서 천천히 곱씹어보니 ‘오해’라는 두 글자가 남겨졌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아주 일부만을 선택해 보여준 것들에 대해 오해가 쌓였고, 그것을 무례하게 단정 지어 말하는 상대방에 대한 답답함이었습니다. 어쩌면 예전부터 SNS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런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유튜브에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수는 없다. 누군가 한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그냥 너의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분명 성장할 것이고,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너를 좋아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라.”
이 말을 듣고 나니 마치 태풍이 지나간 뒤 맑개 개인 하늘처럼,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제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좋아해 주시고, 한 글자 한 글자에 진심을 담아 장문의 DM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달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런 작은 일에 움츠러들 필요가 없겠구나.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리지 말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는 하루를 보냅니다.
유튜브, 인스타를 하다 보면 흐름이라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파도를 잘 타야 많은 구독자와 팔로워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제 것을 밀고 갑니다. (그래서 가끔은 후회할 때도 많아요. 웃음)
조회수를 위한 레시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그 계절, 그 달에 나오는 제철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시골밥상 같은 소박한 집밥이 좋습니다. 이미 각 가정마다 맛있게 먹고 있는 ‘나만의 레시피’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레시피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부담감이 있을 새댁주부 또는 어린 자녀를 키우느라 바쁘고 요리에 자신이 없어 고민이 많은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레시피를 기록해 둡니다.
제철재료는 사람에게도 생기를 더해주죠. 장 보러 가기 전부터 오늘은 어떤 식재료들이 넓은 매대에 가득 쌓여 저를 반겨줄지 설레어집니다. 좋은 식재료가 나올 때면 파는 분들도 덩달아 분주해져요. 바쁘게 매대를 채워 넣으시기도 하고, “오늘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가 들어왔다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특히 아주머니들이 많이 몰려있다면 꼭 한번 기웃거려보셔야 해요. 좋은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꽤 많거든요.
매대 위에 가득 쌓인 방금 밭에서 캐온 것 같은 푸릇푸릇한 채소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것처럼 싱싱한 해산물들을 보고 있으면 도시 속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자연을 느끼게 됩니다.
노란 꽃이 달려있는 싱그러운 오이, 흙이 그대로 묻어있는 포슬포슬한 햇감자, 붉게 물들어가는 중에 따여진 고추, 입을 축 늘어뜨리고 편안히 누워있는 바지락, 그리고 탈출하려고 다리를 파닥거리다가 눈이 마주친 꽃게까지.
자연의 생기가 그대로 전달될 때면, 저에게까지 생기가 전해져 마음이 설레고 즐거워집니다. 그래서 장 보는 시간 중 채소, 해산물코너를 둘러볼 때 가장 저다움을 느끼고 행복해져요. 반면 그 외 코너에선 눈에 계산기를 켠 듯 가격을 비교하거나, 성분표를 따져보며 가장 합리적인 제품을 고르느라 생기 없는 띠리릭 장보기 로봇이 되어버리곤 하죠.
제철 식재료는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해 평소 제철재료를 활용한 집밥을 잘 챙겨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양제는 따로 챙겨 먹지 않습니다. 현재는 임신 중이라 비타민D, 유산균, 철분을 꾸준히 챙겨 먹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그 계절, 그 달에 나오는 제철 재료만 잘 챙겨 먹어도 제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충분히 채워지는 것 같아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향긋하고 산뜻한 봄나물들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겨울 동안 잘 챙겨 먹지 못했던 신선한 나물 반찬들을 봄이 딱 필요한 영양소라 말해주듯 여러 봄나물을 하나씩 선물처럼 내어줍니다.
봄동, 냉이, 달래, 쑥, 미나리, 참나물, 취나물, 유채나물, 돌나물 등 봄나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부지런히 챙겨 먹어도 그 해 봄나물은 다 맛보지 못할 만큼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또 어쩜 그렇게도 각자 고유의 향긋함을 뽐내는지.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맛은 하나하나 다르게 다가옵니다.
가장 먼저 우리의 식탁에 찾아와 주는 봄동.
봄동이 나오면 제일 먼저 겉절이를 해 입맛을 돋우고, 그다음엔 봄동을 살짝 데쳐 아삭하고 달큰한 봄동쌈으로 즐깁니다. 이렇게 먹고 나면 몸도 자연스럽게 봄을 맞이하는 준비를 합니다.
식탁의 메뉴도 점점 가볍고 산뜻해지고, 코는 향긋한 나물향에 이끌리고, 입은 새콤달콤함에 이끌려 점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이때쯤이면 길거리에 자라는 나무들에도 새순이 피어나는데, 곧 하얗고 팝콘 같은 벚꽃이 팡~ 하고 터질 준비를 합니다. 벚꽃이 피어날 때쯤이면 옷도 가벼워지고, 산책하기 좋은 날들이 이어져요. 그럴 때면 따뜻한 햇살 아래 이불 빨래를 말리는데, 오랜만에 뽀송뽀송하고 따뜻한 잠자리도 느껴봅니다.
방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에게도 조금씩 새순이 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때 햇빛을 잘 비춰주면 꽃을 맺기도 한답니다.
여러 봄요리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오늘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레시피는 ‘마늘종 장아찌’입니다. 미리 만들어두고 맛이 배였을 때 미나리 삼겹살과 함께 드셔보세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봄의 맛인가! 하실 거예요.
마늘종 장아찌
1. 마늘종 10-15줄기를 준비해 깨끗이 씻어줍니다.
2. 끓는 물에 유리용기를 소독해 식혀주세요.
3. 물 300ml, 진간장 120ml, 설탕 100ml, 식초 50ml, 맛술 2T을 끓이고 식힐 동안
4. 마늘종은 먹기 좋은 길이로 쫑쫑 썰어줍니다.
5. 썰어둔 마늘종을 유리용기에 넣고 식은 간장을 넣어 주세요.
6. 냉장고에서 일주일정도 숙성시켜 주면, 맛있는 마늘종 장아찌가 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