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한 보따리, 고양이랑 나눠 먹어요.

미나리나물무침

by 자몽씨

매년 봄을 맞이할 때마다 작년에 못 먹었던 봄나물은 꼭 먹어보려고 합니다. 봄나물이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향과 맛이 참 다양해 입맛에 맞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요. 그래서 해마다 어떤 나물이 나에게 잘 맞는지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웬만한 나물은 다 맛있게 먹는 편이지만, 세발나물과 부지깽이나물은 이상하게 다시 찾지 않게 되더라고요.


반면에 매년 잊지 않고 찾는 나물로는 봄동, 달래, 돌나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발견한 보석 같은 봄나물 두 가지 ‘풋마늘대와 유채나물’입니다. 아삭함을 오래 간직해 주는 풋마늘대는 새콤달콤하게 무쳐놓기만 해도 밥도둑이 따로 없고요. 유채나물은 생각보다 향긋하고, 약간의 씁쓸한 맛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좋았습니다. 한 번 맛본 유채나물에 반해 이제는 길가에 핀 유채꽃만 봐도 ’꽃 피기 전에 저걸 따서 무쳐 먹으면 정말 맛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웃음) 이렇게 적고 보니 제 입맛은 아삭하고 산뜻한 식감의 나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봄나물 중에서도 가장 맛보기 힘든 나물은 ‘쑥’이 아닐까 싶어요. 쑥은 눈에 띄었을 때 바로 사두지 않으면 금세 들어가 먹을 기회를 놓치기 일쑤거든요. 그래서 여린 잎이 나오는 그 짧은 시기를 잘 맞춰야 하는데, 저는 매번 그 타이밍을 놓쳐 몇 년째 쑥 먹기에 실패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드디어 쑥을 먹었습니다! 이날도 원래는 다른 봄나물을 사려고 들린 마트에서 우연히 쑥을 발견해 황급히 계획해 둔 메뉴를 변경했어요.


그렇게 구매한 도다리 두 마리와 쑥 한 봉지.

사실 몇 년 전부터 도다리쑥국을 꼭 만들어 먹어야지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운도 정말 좋았던 게 마치 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생선코너에 도다리가 딱 한 팩 남아있었어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카트에 담아 계산대로 직행했습니다. 역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나 봐요.(웃음)


그동안 봄동과 달래로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돋워놨더니 이날 끓인 뜨끈한 도다리쑥국이 정말이지 온몸의 피로감을 풀어주는 시원한 봄철 몸보신처럼 느껴졌어요.


도다리쑥국이 만들기 까다로울 것 같지만 의외로 만들기 쉬운 봄제철요리입니다.


멸치와 다시마로 감칠맛을 깔아줄 육수를 내고, 시원한 맛을 더해줄 무와 칼칼한 맛을 책임질 땡초를 넣어 줍니다. 여기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도다리를 넣어 익히기만 하면 국물은 이미 깊고 담백해져요.


간도 복잡할 것 없이 된장 조금, 액젓 조금이면 충분해요.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달큰한 감칠맛 덕분에 간을 세게 할 필요가 없거든요. 무가 살캉하게 익고, 도다리의 살이 탱글하게 익으면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쑥을 소복이 올려주세요. 잔열에 익은 쑥의 향이 국물에 은은하게 퍼져 입안 가득 향긋함이 퍼집니다.


이 국은 쑥의 향을 먹는 음식이라 해도 좋을 만큼 쑥을 소복이 넣어야 제맛이 납니다. 향긋하고 구수한 봄날의 한 그릇, 도다리쑥국입니다.




신랑의 친한 지인부부가 봄나물을 한가득 선물해 줬어요. 청도 시골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에 잠시 들렀다며 나물을 내밀길래, 처음엔 미나리 정도만 생각했죠. 그런데 웬걸 봉지 안에서 뭔가가 계속 나옵니다. 하나 둘이 아니라.. 마치 봄을 한 보따리 들고 온 것 같이 말이에요.


올봄 다른 봄나물을 챙겨 먹느라 시기를 놓쳐 아쉬웠던 냉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제가 좋아하는 달래, 푸릇하게 데치면 맛있는 시금치, 알싸한 풋마늘대, 아삭한 돌나물까지. 그리고 덕분에 처음 맛보게 된 유채나물과 투명하고 맑은 하얀 머리를 자랑하는 쪽파와 잎이 풍성하고 싱싱한 미나리까지 고루 담겨 있었어요. 아차차 달큰하고 부드러운 노지부추도 있었어요.


받은 기쁨도 잠시 머릿속이 빠르게 굴러갑니다. ‘언제 어떻게 다 먹지?’ 봄 한 보따리에 마음은 풍성해지고, 손은 분주해질 준비를 합니다.


냉장고 야채칸에서 오랫동안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던 무를 꺼내 무나물을 만들고, 부추와 유채나물, 시금치는 살짝 데쳐 꼬소한 참기름과 소금으로 조물조물 무쳐 간단한 나물반찬으로 만들었어요. 계란프라이 하나, 고추장 반 숟갈, 참기름 한 바퀴 싹 둘러 비비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봄나물 비빔밥이 완성이에요.


신랑과 두세 끼 나눠 먹다 보니 나물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돌나물은 제 점심도시락으로 탈탈 털어 돌나물 참치 비빔밥으로 마무리했어요.


미나리는 삼겹살, 순대볶음, 나물로 열심히 먹어줬습니다. 쪽파는 워낙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료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봄나물을 선물해 준 동생이 알려준 할머니의 레시피가 생각났어요. 쪽파 위에 계란만 올려 그냥 구워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얼른 따라 해봤더니 정말 쪽파 자체가 달큰해 계란만 넣어도 충분히 맛있더라고요.


저는 파전이라면 각종 해물도 넣고, 계란도 들어간 동래해물파전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런 심플한 조합이 주는 매력도 크더라고요. 간장에 찍어 먹지 않아도,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오직 두 가지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맛을 낸다는 걸요.


역시 제철을 맞이한 식재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칠맛이 살아있어 복잡하고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미나리는 양이 워낙 많아 아직도 꽤 남아 있어요. 잎이 누렇게 뜨기 전에 다 먹고 싶었는데 오늘 냉장고를 열어보니 잎 끝이 누렇게 변하고 있네요. 이럴 때 금방 소진할 수 있는 메뉴가 제격인데.. 역시 미나리삼겹살과 나물이겠죠?! 날씨도 좋은데 현관문 활짝 열어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어야겠어요. 전에 살던 집은 아파트라 현관문은 열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사는 주택은 현관문을 마음껏 열고,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어 참 좋아요.


가스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기 말고 바닥에 신문지를 쫘악 펼치고, 그 위에 가스버너를 올린 뒤 돌판을 달궈 구워 먹을 거예요. 돌판이 충분히 예열되면 삼겹살을 올릴 때 치익~ 소리가 나는데 이게 또 군침을 자극시키죠. 현관문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돌판 위에는 삼겹살이 지글지글 구워지는데, 기름이 사방팔방 튀어도 걱정 없습니다. 바닥에는 신문지 부대가 쫙 깔려있으니까요!


삼겹살이 노릇하게 익으면서 기름이 좌르르 올라와 윤기를 더해줄 때 한편에 미나리를 올려 흘러나온 기름에 살짝 구워줘요. 너무 가까이 두면 미나리가 기름을 다 머금어 느끼해질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삭함을 살려주는 게 포인트예요. 2주 전에 만들어둔 마늘종장아찌도 꺼내와 한입 맛보는데 간장이 아주 잘 배여 정말 맛있더라고요. 제가 만들었지만 맛에 스스로 감탄하며 자존감을 한껏 높여봅니다.(웃음)


삼겹살을 먹은 후엔 컵라면 하나를 끓였는데, 임당검사에서 재검 판정을 받고 라면과 과자를 끊은 지 꽤 됐음에도 이날만큼은 정말 못 참겠더라고요. ‘이 정도면 충분히 관리했지!’라는 자기 합리화를 곁들여 결국 컵라면까지 끓이고서야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대기업의 맛! 칼칼한 국물에 밥까지 말아 마무리한 완벽한 식사였습니다.




‘달이’는 저희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언제나 슬며시 다가와 곁에서 지켜봅니다. 그러다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이라도 눈에 띄면, 귀여운 솜방망이 발을 요래조래 움직이며 슬쩍 건져내려고 시도해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어떤 날은 일부러 못 본 척 지켜보기도 하는데 방심은 금물이에요. 가끔은 정말 순식간에 가져가버릴 때가 있어서 눈을 떼면 안 됩니다.(웃음)


달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치킨’인데요. 치킨을 먹을 때면 ‘어떻게 하면 저걸 먹을 수 있을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젓가락을 따라 시선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뼈라도 담아두면 얼른 물고 가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죠.


한 번은 닭꼬치를 먹고 남은 닭꼬치를 비닐로 덮어 밥솥 뒤쪽에 조심스레 숨겨둔 적이 있어요. 잠깐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그걸 또 어떻게 찾았는지! 비닐은 다 뜯겨있고 닭꼬치 두 개를 먹은 흔적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달이에게 ‘손’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너무 깔끔하게 먹은 거예요.(웃음) 마치 누가 하나씩 쏙쏙 빼먹은 것처럼 말이에요! 한 꼬치에 네 조각씩 꽂혀있었는데, 두 조각은 깔끔하게 먹고 두 조각은 마치 남겨둔 듯 고스란히 꽂혀 있었습니다. ‘입만으로 이렇게 정교하게 빼먹을 수 있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달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영리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디테일한 먹보일 줄은 몰랐어요.(웃음)


달이를 처음 만난 날에도 치킨집 앞에서 그토록 울어댔는데 이렇게 닭을 좋아하는 고양이라니요.(웃음) 달이는 유독 생선이나 돼지고기보다 닭고기를 참 좋아해요.


그리고 그 외에 또 하나, 바로 ‘풀’이에요. 하루는 테이블야자를 하나 사서 주방 한쪽에 두었는데 다음날 봤더니 잎이 너덜너덜하게 뜯겨 있는 거예요. 처음엔 달이가 풀을 먹은 게 걱정돼 검색해 봤는데, 뜻밖에도 고양이가 먹어도 괜찮은 식물 중 하나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안 걸까 싶은 신비한 달이의 능력. 자기가 먹어도 되는 풀과 안 되는 풀을 구분한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왜냐면 집에 여러 식물이 있지만 달이는 그 어떤 식물에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테이블야자는 오자마자 알아보고 먹기 시작하는지! 심지어 잎을 뜯어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결국 테이블야자는 달이에게 양보하기로 했답니다.


그런 달이가 오랜만에 관심을 보인 풀. 바로 ‘미나리’입니다. 고기를 한창 굽고 있는데, 달이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미나리를 하암 뜯어먹으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달! 안돼!”하고 급히 말렸는데, 그 순간 달이의 능력을 잊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미나리는 고양이가 먹어도 괜찮은 풀 중 하나더라고요! 아~ 오랜만에 풀 먹방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미나리 한 줄기를 잎 앞으로 가져다줬지만 이젠 도통 관심이 없어요.


혹시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 혼자 먹지 않을까 싶어 식탁 위에도 살짝 올려두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보니 미나리만 쭈굴쭈굴해진 채 그대로 있었습니다. 고양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봄나물이었는데 정말 아쉬워요.




오늘은 달이에게 외면당한 미나리 레시피를 소개해드릴게요. 미나리는 살짝 데쳐서 먹으면 그 향도 깊어지고, 아삭한 식감도 살아나서 저는 데쳐먹는 걸 가장 좋아해요.


살짝 데친 미나리에 삶은 오징어를 곁들이면 말해 뭐해요~ 정말 찰떡궁합이고, 고소한 참기름향을 입힌 미나리나물무침은 식욕을 자극해 주죠.


그럼 오늘은 향기부터 입맛을 돋워주는 미나리나물무침 레시피를 남겨둘게요.



미나리나물무침

1. 누렇게 뜬 잎은 제거하고, 물에 식초를 살짝 뿌려 미나리를 담가줍니다.

2. 물이 끓으면 깨끗하게 씻은 미나리를 넣고, 앞뒤 잘 뒤집어가며 데쳐주세요.

3.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후

4.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줍니다.

5. 다진마늘, 참기름, 맛소금, 깨를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완성입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