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꼴라피자
아침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니 정말 겨울이 지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계절마다 햇살의 결이 조금씩 다른데, 특히 봄과 여름의 햇살은 유난히 세차고 밝아 햇살에서부터 생동감이 가득 느껴져요.
출근하는 평일에는 이 따스한 햇살도 무심히 스쳐갈 뿐, 익숙한 길을 걷고 빛 한 줄기 느낄 수 없는 지하철을 타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유로운 주말 아침이 되면 포근한 이불속에서 일찍이 뜬 눈으로 햇살을 바라보며 한참을 뒹굴다 일어나요.
부스스한 머리, 뻐근한 어깨, 퉁퉁 부은 얼굴로 가장 먼저 주방을 찾아갑니다. 텁텁한 입안을 가볍게 헹군 뒤 유산균 한알과 함께 물 한 컵을 마십니다. 물 한잔을 마시며 바라본 주방과 거실에 햇살이 가득 들어온 걸 보니 창문이 절로 열고 싶어져요. 온 집안의 창문을 열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집안 가득히 스며드는데, 그 바람 속엔 아직 겨울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네요.
아침을 먹기엔 이미 늦어버린, 또 점심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 되었어요. 그래서 주말엔 늘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습니다. 시간만 보면 아점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어쨌든 하루의 첫끼니까 저는 그냥 아침이라고 할게요.(웃음) 하루는 토스트나 샌드위치, 하루는 커피와 빵, 어떤 날은 고구마와 채소로. 대체로 간단하게 만들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주를 이룹니다.
신랑은 평일, 주말 가리는 것 없이 일하는 직업인지라 주말 아침은 대체로 저 혼자 여유롭게 맞이하는 편입니다. 주방에서 달그락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면 반려묘 달이도 기지개를 쭉 켜며 슬며시 제 옆으로 다가와요. 말 많은 야옹이라 반쯤 뜬 눈으로 “야아아옹~”하며 자기도 일어났다는 걸 꼭 알려줘요. 그리곤 아침을 준비하는 제 옆에서 그루밍을 하며 조용히 저를 기다립니다. 제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지그시 쳐다보기 시작하는데, 그러면 괜히 마음이 쓰여 간식 하나를 건네기 시작했는데, 이 모든 흐름이 이제는 달이의 루틴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고양이는 루틴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달이의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자기만의 일정한 루틴이 있어요. 일어나는 시간, 노는 시간, 간식 요청 시간까지 언제나 비슷한 흐름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요. 그 루틴대로 흐르지 않으면 어찌나 앙칼진 목소리로 “야~~ 옹!!”하고 항의하는지 꼭 필요한 것들을 챙겨줘야 해요. 이래서 집사라고 하는가 봅니다.(웃음)
이렇게 아침을 챙겨 먹고 나면 달이 사료와 물을 채워주고, 전날 저녁에 씻어둔 그릇들도 정리해요. 뽀득뽀득 잘 말라 있는 그릇들을 보면 마음까지 개운해집니다. 그다음엔 열린 창틀 위로 화분을 옮기고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려줍니다. 식물들도 바람을 참 좋아하거든요. 특히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바람이 잘 통할 때 건강하게 잘 자라더라고요. 그리곤 밖으로 나가 텃밭 채소들을 살펴봅니다. 약을 쓰지 않다 보니 벌레가 꼬이기 쉬워서 잎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들여다봐요. 영양분이 뿌리에서 열매 맺는 줄기까지 잘 올라갈 수 있도록 필요에 따라 잎과 줄기도 가볍게 다듬어줍니다.
상추처럼 향이 거의 없는 채소도 있지만, 방울토마토와 루꼴라는 잎만 스쳐도 향긋한 내음이 가득 퍼집니다. 싱그러운 텃밭채소의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머리 위로는 따뜻한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아요.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들의 지저귐까지 더해지면 그 순간은 마치 작은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텃밭을 살펴보는 이 시간이 하루 일과 중 가장 평화롭고, 힐링되는 순간입니다.
이전 집은 도로변에 위치해 있기도 했고 주변이 아파트 단지라 새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매일 아침 맑은 새소리로 하루의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차소리나 티브이소리가 아닌 자연의 맑은 소리가 하루를 더욱 건강하게 열어줍니다.
텃밭에 심어둔 모종들이 흙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새로운 잎을 틔우고 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키가 훌쩍 자랐고, 상추도 잎이 제법 무성해졌어요. 특히 루꼴라는 폭풍 성장을 해 벌써 따먹어도 될 정도입니다. 오이는 다른 작물에 비해 느리게 자라고 있지만 천천히 자신의 뿌리를 땅 속에 내리고 있어요.
첫 수확한 루꼴라 양이 꽤 넉넉해요. 뭘 만들어볼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루꼴라김밥을 만들어봤습니다. 토마토와 루꼴라의 조합이 의외로 밥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두 번째 수확한 루꼴라는 또띠아와 치즈를 구매해 피자로 만들어 먹었어요. 이게 너무 맛있어서 정말 자주 만들어먹었는데요. 신랑은 물론 지인들에게도 종종 만들어주다 보니 루꼴라가 점점 야위어가더라고요.(웃음)
세 번째로 수확한 루꼴라는 샌드위치로 만들었어요. 올리브 치아바타에 도톰한 치즈를 올려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구운 뒤,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마요네즈, 꿀을 섞어 빵에 발라줍니다. 그 위에 쌈싸름한 루꼴라를 듬뿍 얹고, 토마토, 파프리카, 베이컨 등을 취향껏 더해주면 근사한 샌드위치가 완성돼요. 이것도 얼마나 맛있던지 치아바타 6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답니다.
첫 수확할 때만 해도 루꼴라를 많이 심은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것저것 만들어먹다 보니 오히려 금세 야위어져 제 먹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요.(웃음) 내년엔 더 많이! 넉넉하게 심어야겠어요.
봄을 한껏 만끽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비 소식과 꽃샘추위.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자주 또 많이 내립니다. 봄비라고 하기엔 세찬 비바람이 불어와 이번 꽃샘추위의 매서운 기운을 미리 짐작해 보게 돼요. 그래서 두툼한 외투 한 두벌은 정리하지 않고 그래도 옷장에 남겨 두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마치 깊은 겨울로 다시 돌아간 듯 매서운 꽃샘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이럴 때는 또 뜨끈한 국물이나 매콤하고 칼칼한 음식이 땡기기 마련이에요.
한창 캠핑이 유행할 때 받아둔 캠핑의자, 테이블, 조명을 꺼내 집콕캠핑을 차려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는데, 비 오는 날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공간을 한층 더 아늑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오늘의 메뉴는 푹 익어 부드러운 어묵탕과 편육이에요. 술은 간단하게 달달한 막걸리로 준비했어요.(이때는 임신 전 그리고 이사하기 전 집의 이야기예요.) 달달한 막걸리 한 모금에 뜨거운 어묵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여기가 집인지 술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좋더라고요.
이렇게 추운 날엔 뜨뜻한 국물요리만큼 힐링되는 음식이 없습니다. 특히 어묵탕은 만들기 간단하면서 재료 활용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뉴예요. 고추를 듬뿍 넣어 칼칼하게, 무와 꽃게를 넣어 시원하게, 취향에 따라 곤약이나 떡을 더해도 정말 맛있어요. 거기에 우동사리나 칼국수사리를 넣으면 또 든든한 한 끼식사로도 손색없고요. 어묵도 사각어묵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종류를 넣으면 골라먹는 재미까지 더해집니다. 이렇게 따뜻한 음식과 아늑한 분위기로 매서운 꽃샘추위도 기분 좋게 이겨내 봅니다.
그러고 나면 언제 꽃샘추위가 왔냐는 듯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옵니다. 이제는 정말 두툼한 외투가 필요 없어졌어요. 깨끗이 세탁해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파스텔톤의 화사한 옷들을 하나둘 꺼내둡니다. 곧 벚꽃이 만개할 예정이라 미리 준비해두어야 하거든요. 벚꽃은 우리의 바쁜 일정을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만개한 그 순간을 놓치면 금세 꽃잎이 떨어져 어느새 탈모 같은.. 듬성듬성한 벚꽃나무만 보게 돼요.(웃음) 그래도 벚꽃이 비처럼 흩날릴 때면 꽃잎 하나 잡아보겠다고 양 손바닥을 펼쳐 기다려보지만 언제나 제 손바닥만 피해 땅으로 떨어집니다.
올해는 만개한 벚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저희에겐 겹벚꽃이 있어요! 겹벚꽃은 비교적 만개 시기가 늦은 편이라 다시금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또 그만 시기를 놓치고 말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탄 마을버스 안에서 만개한 겹벚꽃을 마주쳤습니다. “아~ 벌써 만개했구나..”라는 마음에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좋았어요. 마을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소박한 동네와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 그리고 굽이굽이 올라간 언덕 너머로 펼쳐진 바다의 풍경이 따뜻한 봄날의 한 장면처럼 정말 좋았거든요.
오늘은 따스한 봄날에 자란 여린 루꼴라로 맛있게 즐겼던 루꼴라피자 레시피를 남겨놓을게요. 루꼴라가 있으면 더 좋지만, 꼭 올리지 않아도 맛있으니 꼭 한 번 만들어보세요!
루꼴라피자
1. 또띠아에 토마토소스 2T을 발라줍니다.
2. 베이컨과 버섯을 송송 잘라서 올려주세요.
3. 치즈를 듬뿍 올려 에어프라이어기에 돌려줍니다.
4. 반 자른 방울토마토를 두르고, 루꼴라를 올려주면 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