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생각1. 쓰기 시작하자, 시작된 일들
백 권의 고전을 읽고 쓰며 내게 온 것들 1.
고전을 읽고 쓰기 시작한 지 반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브런치를 시작했고, 쓰기의 동력이 되었다.
글에 매겨지는 하트와 조회수에 마음이 설렌다.
본격적으로 읽고 쓰기 시작하며
조금의 성장이라도 발견하고 싶어
중간중간 스스로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1. 말이 줄었다.
이건 정말 확실히 그렇다. 수다가 줄었다. 푸념의 말, 불평의 말 등 배설로 필요했던 수다가 줄었다. 왜일까? 현상은 확실한데, 이유는 모르겠다.
2. 드라마 시즌오프
사실, 볼 시간이 없다. 주1회 고전 한권을 읽고 서평까지 쓰는 스케줄은 정말 빡세다. 특히 국내 독자들의 리뷰나 기사가 적은 책들은 어쩔 수 없이 ‘국회전자도서관’에 들어가 논문을 봐야 한다. 3천자 분량의 글을 쓰는데 3일 정도 붙잡게 된다. 얼마 전에 쓰기 숙제 끝내고 본 것도 <조용한 희망> 주인공이 싱글맘이 되어 글 쓰는 내용이었다. 글을 쓰려면 삶에 굴곡진 서사가 필요한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3. 읽고 싶은 책이 어마 무시하게 늘어났다.
나와 찰떡같이 잘 맞는 작가를 만나면 그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 진다. 그런데, 읽고 써야 한다는 무게가 쉽게 못 펼치게 만든다. 어쨌든 리스트를 말하자면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아니 에르노 세월, 칼 같은 글쓰기, 윌리엄 포크너, 토스토옙스키 등등등
4. 주식과 부동산 등락률에 덜 민감해졌다.
흑인 노예, 전쟁, 인간의 존엄 등등 무거운 주제를 사유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삶의 문제는 가벼워진다. 아니, 가벼워지기보다는 조망이 넓어진다?
5. 아이들 저녁이 가끔 부실하고, 아침은 자주 부실하다.
6. 묘사를 배우지만 묘사하지 못하고, 은유를 떠올리나 글로 쓰지 못한다. 언젠가 하게 될 날이 올까? 의심스러울 정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언제나 (쓰는) 능력보다 크게 쉽게 부풀고 이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몰라 때론 불안하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다. 설레고, 신난다. 그러다 다시 괴롭고, 멍청하고, 답답하고 미치겠다가 다시 신나고 설레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