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봄의 기록
드디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지난겨울은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스러운 추억을 많이 만든, 덜 외로운 계절로 기억된다. 하지만 겨울마다 찾아온 슬프고 무거운 마음을 막을 순 없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춥다는 말과 나가기 싫다는 말을 천 번쯤, 괜한 눈물을 열 번쯤 흘린 것 같아서.
매년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가 있다.
겨울은 결국 가고 봄이 온다고, 봄이 오면 다 괜찮아진다고. 우리의 모든 아픔은 겨울 때문이라며 겨울 입장에선 억울할 죄명을 씌우며 견뎠다. 겨울이 항변해도 어쩌나. 우린 춥고 흐리면 몸도 마음도 움직이기 싫은걸. 외부환경에 내 기분과 에너지 통제권을 넘기기 싫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나는 날씨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영 어렵다. 따뜻한 지방으로 이사 가야 하나 심히 고민이 들 정도.
이 일기를 쓰는 동안 열린 창문으로 따사로운 봄의 기쁨이 비치고 있다. 봄햇살에선 설렘의 향기가 난다. 다시 일어선다. 살랑살랑 다정한 마음을 품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