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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ul 03. 2016

우리 집

여자 셋의 행복한 공간

 내 가게에서 '우리 집'은 매우 가깝다. 엄마와 언니가 함께 지내고 있는 '우리 집'은 다른 여느 가족처럼 화목과 불화가 공존하지만 여자 셋만 있다 보니 어쩔 땐 친구들끼리 동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집안 살림들의 대부분을 정리하고 청소하지만 대부분의 어질러짐도 나의 책임에 있다. 그만큼 나는 집에서 생활을 많이 하고 활동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가족을 기준으로 한 말이므로 여느 집순이와는 달리 나는 밖에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리 가족 중에 가장 집순이인 것은 나는 나의 시간을 중시하고 취미들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언니도 취미는 있고 개인적인 시간이 있지만 그것들을 위해 집에서 시간을 보낼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엄마에게 가게를 물려받고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오히려 엄마가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정말 진한 집순이로, 집 밖을 나오지 않고 세 끼니를 다 집에서 해결한 날이 수 날이기도 다. 미뤄뒀던 드라마를 하루 밤에 다 보기도 했다. 엄마가 가게를 한 이후 그렇게 쉴 수 있었던 적이 없었으므로 엄마의 그런 행동을 전적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엄마는  몇 달을 그렇게 보냈다.

 그렇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가게를 하면서 바빠진 내가 집안일을 미루자 엄마가 대신해주게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쯤 대청소를 할 때는 내가 아니라 언니가 그 일을 도와줬다. 나는 조금 기쁘기도 했지만 꼼꼼하지 못한 부분이 보이면 불만을 갖기도 했다.

 

 그래도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중학교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 살다가 성인이 돼서도 한참을 같이 살 생각이 없었다.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호주에 갔다 오고 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아니다. 호주에 가기 전,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를 해야만 했던 때에 같이 살게 된 것 같다. 오래전 일이라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내가 호주에서 돌아오고 반년이 지나 언니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우리는 그때부터 '우리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집은 채광이 잘 되지 않았고 넓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내가 인터넷에서 산 싸구려 가구였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에서 매우 행복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서로 요리하기가 귀찮아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배달시켜먹은 중국 음식, 사소한 사건 사고와 우리끼리 나눈 비밀 얘기, 술에 취해 집에 오면 하는 각자의 행동들.
엄마와 언니와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모아보니 은하수처럼 하늘에 넓게 펼쳐놔도 넘칠 것 같았다.


 우리 집 경제사정에 엄마가 집순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일 년도 되지 못했고,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다는 핑계로 피치 못할 경제생활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꿨다. 여기저기 일을 배우러 다니셨다. (탐방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돈을 벌긴 하셨으니 일을 한 것이라고 하겠다.) 엄마는 힘들지만 행복해하셨다. 드라마를 보며 집에서 보냈던 지난 몇 달보다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다른 곳들을 가서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해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나는 그 또한 기뻤다.

 예전의 우리 집은 엄마 혼자 만들어 왔다면 지금은 우리가 다 같이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집에 뭔가 가지러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집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깜박하고 열쇠를 가게에서 가져오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엄마와 언니는 일을 하러 나갔기 때문에 다시 가게로 돌아가야 했다. 그때 나는 터벅터벅 돌아가는 그 짧은 길이 왠지 서러워졌다.

'집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문을 두드리면서 누군가를 불렀을 때 그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었으면... '

하는 생각에 외로움이 밀려왔다.


 집에 들어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지금 생각해면 그때 나는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외로웠던 것, 서러웠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따가 일이 끝나고 집에 가도 아무도 없겠지만,

 이번에는 내가 가족들을 맞아줘야지라고 다짐도 해본다.


 내일은 가게를 하루 쉬고 엄마랑 언니랑 집에서 부스스한 얼굴로 중국음식을 시켜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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