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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Aug 11. 2016

텅 빈 가슴

마취과 2년차, 텐팅 뒤 단상

오늘 수술할 환자는 수술명이 'bilobectomy'이다. lobe를 2개 뗀다는 뜻.

왼쪽 폐는 lobe이 2개니까 2개 다 떼면 전 절제술. 이므로 저런 수술명을 넣지 않는다.

오른쪽 폐를 수술하는 모양. 


그런데 CT를 봐도 오른쪽의 가운데 lobe을 수술할 것은 알겠는데 나머지 하나는 어디에 있는지 갸우뚱. 

환자에게 여쭈어보니 친절하게 말해주신다.

"그.. 오른쪽 폐에 날개가 밑에서부터 하나.. 둘.. 세.. 개가 있잖아요? 그중에 아래 2개를 뗀데요"

" 아. 그렇군요..."

환자분께서 참 잘 이해하고 계시다. 


써전이 들어와서 가슴을 열고 폐를 쭉 만져보더니.

교수님께 보고 드린다.

"선생님 upper lobe fissure에 tumor가 다 만져집니다"


제일 위에 날개에까지 전이되어 있다는 뜻.

폐기능 검사를 확인한 후. 이 사람 한쪽 폐로도 살아갈 수 있겠다. 판단하고

오른쪽 폐를 전부 다 떼어냈다. 


환자를 깨우며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득.

아. 깨어났는데 한쪽 폐를 다 떼었다고 하면 얼마나 황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자 흉부외과 간호사가 말한다

"에이 뭐. 손발도 아닌데요... 

어차피 안보이는데 2/3를 떼나 하나 다 떼어내나 환자에게 뭐가 다르겠어요" 


하긴. 일어났는데 손발이 없으면 그것도 황당하긴 하겠지만

내 한쪽 가슴이 텅 비어버렸다는 말도 그 못지않게. 왠지 좀 슬플꺼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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