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주변에 물이 차서 응급 수술을 하러 들어온 환자는, 바이탈 사인이 엉망진창이었다.
- 마지막으로 본인 확인 하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평생을 살면서 수십, 수천번을 소개했을 자신의 이름도 작은 숨끝에서 간신히 뱉을 수 있었고,
당연한 휴식인 눕는 자세는 그에게 숨찬 공포였다.
물속에 갖힌 심장은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었으나, 역시 역부족이어서
아.. 바이탈이 이럴 정도면 환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수술이 끝나고,
아. 이제 환자가 얼마나 편해질까. 오늘은 힘드셨지만 정말 좋을꺼야.
부쩍 좋아진 바이탈 사인과 함께 나도 같이 어깨를 펴고 수술장밖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저멀리서 달려온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를 붙잡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 이사람 왜이렇게 차가워요?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본다.
눈물을 머금고 울면서, 환자를 붙잡고 쓰러질듯 통곡하는 보호자들을 보며. 당황스러웠다.
써전도 "수술 잘 되었어요~ " 라고 말했지만. 보호자들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
내가 보는 세상이 다르구나.
나에겐 평화로운 숫자와, 내심장이 멎을 것 같은 숫자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숫자들일 뿐이겠구나.
지금 이분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깨어나면 이제 대화도 할 수 있고 누워서 편히 잘 수 있다고
저 숫자들이 말해주고 있는데.
아무리 수술이 잘 되었다고 말해도, 차디찬 몸에 의식이 없는 가족을 보는 사람들은 알 수가 없을테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쩌면 이별의 연습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잘 지내시다가 몇달이 지나면 또 물이 차겠지.
이번엔 잘 깨어나시겠지만, 그게 점점 더 힘들어지겠지
곧 희망없음이 거론되겠지
이렇게 울다가, 다행이구나, 하는 지금 순간도, 그리울 때가 오겠지.
그때가 오면 오늘의 연습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그래도 오늘은 괜찮은데. 오늘은 울지 않으셔도 되는데.
환자분이 얼른 깨어나셔서, 웃으며 가족의 손을 잡아주시며
'내가 얼마나 건강한데!' 하고 외쳐주시길 빌어주고 싶은날
오늘은 분명히 그러실테니. 눈물지었던 가족의 눈이. 웃음으로 빛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