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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Nov 22. 2019

What was your dream?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었나요?

어느 날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예인이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찾아가 생활기록부를 확인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문득 나의 학창 시절에 대한 기록이 궁금해졌다. 학교를 굳이 찾아가지 않고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포털 검색을 한 결과, 2004년 이후 졸업한 학교의 생활기록부를 인터넷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의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어쩌면 흑역사였을지도 모를) 꺼내 보기로 했다. 각종 교내 활동과 봉사활동, 과목별로 자세히 나와있는 성적과 수상이력 등. 지금의 생활이 평생 기록이 되어 나의 아이들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한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때 그 시절에는 그냥 단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게 하기 위한 근거 없는(?) 말씀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나의 학창 시절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랬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이 한 가지가 있었다.


'장래희망'


그 네 글자는 또다시 한번 나뉘어 '본인', '부모님'으로 구분되어 적혀 있었고, 한 가지 흥미로운 점에 초, 중, 고등학교 학생기록부를 모두 비교해보기까지 했다. 슬슬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한 고등학교 2학년 이후를 제외하고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총 10년간 나의 장래희망은 '선생님', 그리고 나의 부모님이 적으신 장래희망은 '의사'였다. 어쩜 이렇게 끈기 있게 똑같이 적어냈었는지 부모님께도 생활기록부를 보여드리며 한참을 신기해했다.


그렇다면 내가 과연 10년간 적었던 '선생님'이란 장래희망이 간절했었던 걸까? 돌이켜보면 그렇게 간절했던 꿈은 아녔었다. 매년 무엇을 적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 마지못해 적었던 직업이었을 뿐이었다. 수능을 앞둔 고3 시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방향을 잡고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마냥 열심히만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 후자였고, 심지어 대학교 학과를 정하는 그 순간까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입학과 졸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불행 중 다행인지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안정적인 회사에 취업을 해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직장인이 되었다. 의욕만 앞섰던 신입사원 시절이 지나고 나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안정기에 이르렀을 땐, 해보고 싶은 일은커녕 작은 취미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문득 결심을 했다.

더 이상 이 안정 속에서 무언갈 해내지 않아도 되는 지금 과거의 답이 정해진, 하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한 나의 장래희망을 꿈꾸는 것이 아닌 나의 평범한 일상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꿈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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