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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Dec 04. 2019

수영과 새우버거

소소한 하루의 행복

휴직 전 건강을 위해(라고 쓰지만 사실은 다이어트) 운동을 시작했다.  학창 시절 누구나 기본은 한다는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을 뿐만 아니라 살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내 삶에서 운동은 그 무엇보다 가장 먼 존재였다.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더 아파오는 어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어떻게든 강제성에 기대어서라도 끝을 보겠단 생각으로 거금을 들여 개인 PT를 덜컥 등록해버렸다. 저질체력에 귀차니즘까지 다방면으로 가지고 있었던지라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단 그리고 근육 운동에 익숙해져 운동의 즐거움을 알아갈 때쯤 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분간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을 터이니 1회에 몇 만 원씩 하는 개인 PT는 부담이 되어 다른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3년 전 그만두었던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마침 집 근처에 시청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가 생겨 저렴한 가격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3년 전 도저히 다른 사람의 진도를 따라갈 수 없어 두 달 만에 포기해버린 수영. 이번엔 반드시 자유형을 마스터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수영을 시작한 첫날 그 무엇보다 나를 두근거리게 한 것은 이 시간에 회사가 아닌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출근 때보단 늦어진 기상시간이었지만 나름 부지런하게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운동을 간다는 사실이 진정 쉬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전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나이만큼 되어 보이시는 분들과 앳되 보이는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수영을 배우기 위해 이른 오전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그 무리 속에 섞여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다 보니 한 시간의 수업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수영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영강습이 끝난 후 이상하리만큼 항상 새우버거가 먹고 싶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 앞 햄버거 가게에 들려 새우버거를 포장하곤 했다. 또한 수영을 간 횟수만큼 많이 먹었던 새우버거는 이상하리만큼 질리지도 않았다.


복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오전 수영 강습을 마친 날 새우버거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생각이 들었다. 복직을 하면 소소하지만 소중한 하루의 시작을 열어주었던 수영과 수영 후 먹었던 새우버거의 맛이 가장 그리울 것 같다는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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