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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생각, 전부 진짜일까?

불쾌하고 강박적인 생각에 대하여

by 송지영

어떤 날이 있다.

이상한 생각이 달라붙어 마음이 무너지는 날.

어둡고 무거운 생각이 물처럼 스며들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더욱 단단히 달라붙는 날.

마치 젖은 옷처럼 몸에 들러붙어, 벗어던지려 할수록 더 깊이 밀착되는 그런 순간.


책 <자꾸 이상한 생각이 달라붙어요>는 말한다.

"당신에게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이 문제일 뿐."

"생각은 당신이 그 생각을 물리치는데 쏟는 에너지 때문에 당신에게 달라붙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중 어떤 것들은 유난히 날카롭고,

어떤 것들은 스스로를 덮쳐 깊이 가라앉게 만든다.

그럴 때, 아무리 다른 말들을 들으려 해도 쉽지 않다. 확신에 찬 또 다른 목소리가 속삭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야."

"아무리 해도 소용없어."

"이렇게 힘든데, 사라지는 게 낫지 않을까? "

이런 생각들은 너무 선명해서, 마치 진실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하기에, 부정적인 생각조차 사실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달라붙어요> 쓴 샐리 M. 윈스턴과 마틴 N. 세이프트는 강박장애와 불안장애를 치료해 온 임상심리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불쾌하고 강박적인 침투하는 생각들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생각도, 감정도 사실이 아니다. "

우리의 뇌는 생각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를 특정 생각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고 한다.


나는 딸이 읽어봤으면 하는 문장들에 줄을 그어 책을 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머릿속에서 쏟아지는 생각들에 휘둘려 괴로워하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가벼운 숨을 쉴 수 있는 문장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아이는 책을 읽었지만, 그 말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과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소개하고 싶다.

마구 들이닥치는 생각들에 휘청이는 누군가에게는 흔들리는 순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밧줄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폭풍이 몰아칠 때는 붙잡을 만한 것을 찾아내서 우리 자신을 거기에 붙들어 매야 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사소한 일이라도 당사자는 죽을 듯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인생의 진실이지요.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떠오르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게 되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끊임없이 묻는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이 정말로 옳은 걸까? "

"우리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을 굳게 믿는다. 우리가 존재하기 버겁고, 어렵고, 복잡하게 하는 그런 생각을. "


어떤 생각들은 너무나 강렬해서, 마치 그것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순간,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 하나가 숨 쉴 수 있는 작은 틈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다."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살면서 이보다 더 도움이 됐던 말은 별로 없다."


You may be wrong.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기억할 때,

뇌가 보내는 거짓 메시지임을 이해할 때,

그저 불안사고임을 알아차리고 관조하며 흘려보낼 수 있다.

이 또한 부단한 연습과 자신만의 뇌 환기의 방법을 통해 우울하고 불길한 사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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