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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꾸러기 덴스 Nov 23. 2018

취미의 재발견

재발견 시리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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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시 곤혹스러웠다.
음악 감상, 영화보기, 등산, 낚시 거의 대동소이한 사지 내지 오지 선다형 정도 얘기하고 말끝을 흐린다.
어른이 되고 수많은 취미란과 특기란의 빈칸을 채울 때마다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미가 없는 걸까?.  나의 잃어버린 어쩌면 잊어버린 취미는 무엇일까?

 


취미는 행위 자체가 지속적으로 즐거워야 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내가 취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만화 보기를 좋아했다.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은 취미라 그리고 별반 내세울만한 취미도 아니어서 그냥 입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지금도 이현세의 <북경의 갈까마귀>는 잊히지 않는다. 만화를 통해 세상 구경을 하고 다양한 인간들을 만난다. 신천지를 만나는 그 즐거움이 대단했다.

취미는 행위의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지닌다. 즐겁지 않으면 그 목적을 잃는다.  이 즐거움의 가치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다르다. 행위의 즐거움이 지속적이어야 그 가치가 있다. 어머니가 저녁 먹자고 부르기 전까지 몇 시간은 흠뻑 빠져있다. 그래서 취미의 즐거움은 단순히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아닌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된 긴 행위의 과정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나만의 관점과 태도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취미는 나의, 나다움의 발견이며 아이덴티티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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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취미를 원했던 나의 모습과 그것에 쏟아온 나의 노력들이 어느 시점에 아무런 의미도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처럼 보인다. 아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은 없지만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있다. 

각각의 즐거움을 몸에서 기억하고 간직하고 있다. 

그 몸에서 그 뇌에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나를 만들며 또 미래의 나를 만든다. 

아마도 그 기억들이 오늘의 직업을 선택하고 일을 하는데 자양분인 건 확실하다. 어른이 되고 내 프로그램에

이현세 선생님을 게스트로 모시는 일이 있었다. (당시 만화가협회장으로서 찾았다.)  녹화가 끝나고 근처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 얘기를 했다. 당시 선생님의 만화를 보고 자라면서 아마도 내가 이 일을 시작한 것 같다고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면서 한참 동안 흐뭇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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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나의 재발견이니 그냥 좋다. 


같은 것을 보고도 같은 행위를 하고도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 행위에 대한 즐거움도 다르다. 

이제 누군가에게 취미를 물어봐야 한다면 그 누군가가 내게 취미를 물어본다면 거창한 얘기나 경험담이 아닐 것 같다. 이것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것에서 무엇을 느끼고 얻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좋으니까. 그래서 취미가 종종 직업이 되기도 한다.


자, 그럼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 

문장을 바꾸면 이렇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면 그냥 즐거운가? 




청소년들과 얘기를 할 때 늘 고민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다.

미래 직업에 대한 탐색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제가 잘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잘하는 일을 하면 좋아할 수도 있을 테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잘할 수도 있고. 말은 된다.

게임을 제가 좋아하는 데 앞으로 직업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적으로 그 일이 즐거울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20~30년 후 장년, 노년이 되어도 지속적으로 즐겁고 좋아하는 일인가 반문해야 한다.

오늘도 즐겁고 시간이 지나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 그것이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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