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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꾸러기 덴스 Feb 06. 2019

하워드의 스파게티 소스

보편성에서 다양성으로 푸드 개혁가 하워드 모스코비츠

보편성에서 다양성으로, 푸드 개혁가 하워드 모스코비츠


하워드 모스코비츠는 하버드 대학 박사 출신으로 70년대 초반 뉴욕 화이트 플레인즈 지역에 작은 컨설팅 회사를 세웁니다.  펩시는 하워드에게 찾아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스파탐"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있는데 이걸로 다이어트 펩시를 만들까 합니다. 아스파탐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고민 중인데 어떻게 하면 최적의 비율을 찾을 수 있을까요?" 굉장히 직설적인 질문이죠. 하워드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펩시는 아예 이렇게 물었어요. "8~12%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8% 이하는 싱겁고, 12% 이상은 너무 달기 때문이죠. 8~12% 사이에 적정한 당도는 얼마일까요?" 만약 이걸 제가 지금 여러분께 묻는다면, 모두들 간단하다고 대답하실 겁니다. 펩시를 위해 대규모 실험을 기획하면 되겠죠. 아스타 팜의 함량을 8%부터, 8.1, 8.2, 8.3~12% 등급으로 세분화하여 수천 명이 맛보게 한 후, 그들의 선호도를 조사하여 그래프로 나타냅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함량을 고르는 거예요. 정말 간단합니다.


하워드도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봤지만, 종형 곡선(Bell Curve)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결과는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뒤죽박죽이었죠. 대부분의 식품업계 관계자들도 이 데이터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적정한 콜라 맛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험 진행 중에 오류가 발생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들은 직업적 경험에 미루어 중간 10%를 선택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하워드는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다이어트 펩시 실험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이유가 뭐지?


다이어트 펩시 실험의 문제는 바로 잘못된 질문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완벽한 펩시를 찾았었는데, 완벽한 펩시 여러 개를 찾았어야 하는 거였어요! 정말로요. 이것은 엄청난 발견이었습니다. 식품 과학계가 한 단계 도약한 순간이었지요. 하워드는 즉시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라 곳곳의 콘퍼런스마다 달려가서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은 하나의 완벽한 펩시를 찾으려 했죠. 틀렸습니다. 완벽한 펩시는 여러 개일 수도 있어요!" 


80년대 초반, 캠벨 사는 가구에 대항할 프레고를 만들었습니다. 가구는 70~80년대를 주름잡은 스파게티 소스 브랜드였습니다. 여러분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으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여담이지만, 품질로만 따지자면 프레고가 라구보다 좋은 토마토소스입니다. 사용한 토마토 반죽도 훨씬 좋고, 양념의 혼합률도 뛰어나서, 파스타와 훨씬 잘 어울립니다. 라구와 프레도가 겨뤘던 접시 테스트는 70년대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스파게티가 담긴 그릇에 소스를 부었을 때 라구 소스는 그릇 바닥 쪽에 고였고, 프레고 소스는 스파게티 위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특성을 "점성"이라고 하죠. 여하튼, 점성이나 품질이 훨씬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프레고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워드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하워드는 제품 목록을 쭉 보더니 이를 "죽은 토마토의 사회"라고 말하고는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우선 캠벨 수프 요리사들과 함께 45개 종류의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다양한 소스를 창조해냈습니다. 단 맛, 마늘 맛, 톡 쏘는 맛, 신 맛의 정도, 토마토다운 정도에 따라서, 그리고 덩어리 진 정도에 따라서 나눴습니다. 이렇게 만든 45개의 소스를 전부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뉴욕으로, 시카고로, 잭슨빌로,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로 갔습니다. 한 트럭 분의 사람들을 커다란 강당에 모은 후, 2시간 동안 10가지 종류의 음식을 맛보게 했습니다. 서로 다른 소스를 사용하여 만든 파스타들이었어요. 각각의 파스타를 먹은 후에 선호도에 따라 0~100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여러 달에 걸쳐 똑같은 실험을 반복한 결과 미국인들의 스파게티 소스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를 산더미 같이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스파게티 소스를 찾았냐고요? 아니죠! 하워드는 그런 게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데이터를 보더니, 그 대신에 특징에 따라 사람들의 선호도 데이터를 그룹 지어 보자고 했습니다. 스파게티 소스에 대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한 결과 미국인이 세 그룹으로 나눠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조로운 맛을 좋아하는 그룹, 강한 양념 맛을 좋아하는 그룹, 그리고 과육 덩어리가 많은 상태를 좋아하는 그룹.


이 중에서 세 번째 그룹이 가장 의미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1980년대 초에는 슈퍼마켓에 덩어리가 많은 스파게티 소스는 없었거든요. 프레고는 하워드에게 물었습니다. "덩어리가 많이 든 스파게티 소스를 원하는 인구가 미국인의 삼분의 일이나 되는데, 이런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직 없다는 말이에요?" 그의 대답은 "예스!"였습니다. 프레고는 돌아가서 완전히 새로운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덩어리가 든 제품 라인을 출시했고 이 제품들은 순식간에 국내 스파게티 소스 시장을 평정하게 됩니다. 그 후 10년 간 덩어리 소스는 60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업계 모든 이들은 하워드가 해낸 일을 보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맙소사! 우리는 전부 틀렸었어!" 이 사건이 우리에게 7종의 식초와 14종의 머스터드 71종의 올리브유에 대한 선택권이 생긴 발단입니다. 나중에는 라구에서도 하워드를 고용했습니다. 하워드는 프레고에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했습니다. 오늘날 좋은 슈퍼마켓에 가면 얼마나 많은 라구 제품이 있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몇 개인지 아세요? 36개입니다! 총 여섯 개의 그룹으로 나뉩니다: 치즈 맛, 가벼운 맛, 감칠맛, 기름진 맛, 전통적인 맛, 덩어리가 많은 제품까지! 미국인들에게 준 선물이죠.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사실 이건 정말로 중요한 사건입니다. 왜 그런지 설명해드리죠. 하워드는 식품업계가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식품업계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기 원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기 위해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해 동안 라구와 프레고는 소비자 그룹을 앉혀 두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떤 스파게티 소스를 원하시나요? 여러분이 바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20~30년 간 있었던 소비자 그룹 모임 중에 덩어리가 많으면 좋겠다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세 명 중 한 명은 마음속 깊이 이것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람들은 사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본인도 모르는 거예요! 하워드는 "마음은 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즐겨 말했습니다. 미스터리 한 사실이죠! 그러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을 항상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만약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 어떤 커피를 원하시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모든 분들이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을 원한다"라고 할 겁니다. 그 답이 어떤 커피를 원하는지 물었을 때 나오는 일반적인 대답입니다. 어떤 게 좋냐고요?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이요! 여러분 중 실제로 몇 퍼센트가 그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의 커피를 원할까요? 하워드에 따르면 25~27%의 사람이 그렇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유가 든 연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떤 커피를 원하냐고 물었을 때, "우유가 든 연한 커피가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절대 없습니다. 이게 하워드가 이룬 첫 번째 업적입니다.

하워드의 두 번째 업적은 그가 우리에게 수평적 구분(horizontal segmentation)이라는 특성을 일깨워주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하워드 등장 이전의 식품업계의 사고방식과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80년대 초반 식품 업계는 머스터드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해 그레이 푸폰에 홀려 있었습니다. 기존의 머스터드는 프랑스풍과 네덜란드풍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이게 다 뭐냐고요? 황색 머스터드입니다. 그 속에 뭐가 들어있냐고요? 황색 겨자씨와, 심황, 파프리카가 섞여 있습니다. 그게 머스터드였습니다. 이때 디종 산 그레이 푸폰이 등장합니다. 코를 톡 쏘는, 휘발성 높은 갈색 겨자씨에 화이트 와인을 섞은 훨씬 더 복잡한 향기를 가진 제품입니다. 이걸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멋진 에나멜 상표를 붙인 작은 유리병에 담아서 프랑스풍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는 캘리포니아 옥스나드에서 만들었지만요. 8온스 병에 1달러 50센트를 받는 대신에 프랑스와 네덜란드식으로 4달러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광고에 그레이 푸폰을 먹고 있는 롤스로이스 주인을 내세웠습니다. 다른 롤스로이스들이 멈추자 그는 묻죠. 당신은 그레이 푸폰 먹어본 적 있나요? 이런 과정을 거쳐 그레이 푸폰은 떴습니다. 머스터드 업계를 장악했어요!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좀 더 비싸고, 열망할만한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은 현재 만족하고 있는 제품을 떠나 머스터드 위계 상에 더 높이 있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더 좋은 머스터드! 더 비싼 머스터드! 좀 더 세련되고, 교양 있고, 의미 있는 머스터드 말이죠. 하지만 하워드는 말합니다. 모두 틀렸어! 머스터드나 토마토소스 세계에 위계질서 따위는 없고 모든 제품이 수평선 상에 늘어서 있다는 것입니다. 좋고 나쁜 머스터드도 없고 완전하거나 불완전한 머스터드도 없고 단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여러 종류의 머스터드가 있을 뿐이라는 거죠. 맛에 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민주화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하워드 모스코위츠 씨에게 감사할 일이죠.


하워드가 세 번째 일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일이 될 텐데, "이상적인 음식"이라는 개념에 맞섰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유사 이래 식품업계는 아주 오랫동안 어떤 요리에든 하나의 완벽한 요리법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쉐 파니즈 레스토랑에 가면 어떠어떠한 조리 방법으로 만든 볶은 호박씨를 곁들인 붉은 꼬리 생선회가 나옵니다. 요리사의 조리법에 대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식당에서 "추가 과육은 빼고 요리해 드릴까요?"라고 물어보지는 않잖아요? 그냥 빠진 상태로 나옵니다. 왜일까요? 쉐 파니즈 주방장은 붉은 꼬리 생선회 요리에 대한 이상적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방식 말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같은 방식으로 그 요리를 대접했기 때문이죠. 주방장과 말다툼이 벌어진다면, 주방장은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당신은 틀렸어! 이게 이 레스토랑에서 따라야 할 최상의 방법이라고!"


식품 공장에서도 똑같습니다. 그들은 토마토소스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관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토마토소스의 기원이 어디일까요? 이탈리아입니다. 이탈리아 토마토소스는 어떻죠? 묽게 혼합되어 있습니다. 원조 토마토소스는 묽어요. 1970년대 정통 토마토소스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탈리아 토마토소스를 언급해야 합니다. 최초의 라구 제품에 대해서요. 덩어리를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었어요. 묽기 때문에 파스타에 부으면 그릇 바닥에 가라앉아 버립니다. 그거면 되죠. 여기에 뭔가 더할 이유가 있나요? 왜냐하면 가장 정통에 가까운 토마토소스를 제공하면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정통에 가까운 토마토소스만 제공하면 모두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이것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고,

다시 말해, 요리사들이 인류에 맞는 보편적인 요리법을 찾아 헤맸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우리들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보편성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히는 이 현상은 19~20세기 동안 모든 과학 분야 전반을 휩쓸었습니다. 심리학자, 의학자, 경제학자들도 인류의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규칙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지난 10~15년 간 과학계에 일어난 대변혁이 무엇입니까? 보편성 논쟁을 마치고,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려는 운동입니다. 이제 의학계는 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보다 여러분의 암과 제 암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둘은 서로 다르니까요. 유전학은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워드 모스코위츠 씨는 이런 대변혁이 토마토소스의 세계에도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의 공로에 감사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


하워드는 단순한 믿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음식의 보편성을 찾아 헤맨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대단히 홀대해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커피를 예로 들었습니다. 네스카페와의 작업 중에 커피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제가 여러분께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딱 하나 골라오시라고 한 후에 나머지 분들께 0~100점 사이의 평점을 요구한다면 아마 평균 60점 정도의 점수를 받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을 3~4개 정도의 그룹으로 나누고 개별 그룹을 위한 커피를 만든다면 평균 점수가 60점에서 75~78점까지로 높아집니다. 이 60점과 78점의 차이는 커피를 마신 후 여러분의 기분이 그저 그럴지, 아니면 아주 행복할지를 결정할 정도의 큰 차이입니다.


이것이 하워드 모스코위츠 씨가 베푼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교훈입니다. 인류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틀림없는 길이라는 것이죠. 


                             



◆ 하워드 모스코비츠는 


소비자의 잠재 욕구를 발굴해 내는 '규칙 개발 실험(RDE)'의 창시자다. 1969년 하버드대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혁신적 시장조사기법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1980년대 초 RDE 개념을 고안해냈다. 이후 마케팅 컨설팅 업체인 모스코비츠 제이 콥사를 설립, 식품 금융 전자업계 등의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RDE를 적용함으로써 온라인과 컴퓨터 분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개념의 RDE를 만들어냈다. 2005년 '시장조사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 마케팅협회 선정 '찰스 쿨리지 팔린 상'을 수상했다.


* 말콤 글래드웰의 TED 특강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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