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증 시대의 연애(끝)
안녕하세요. 류미입니다.
하트와 댓글 남겨주시고, ‘류미', '제비꽃', '진대표 제비꽃', '원정기', '류미'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와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그래요. 제비꽃은 저에게서 '돔황치지' 못하고 결혼을 하고야 말았답니다. (흑흑 미안해 제비꽃) 저희는 어찌어찌 결혼까지는 갔으나 진짜 헬게이트는 결혼식 이후에 열렸습니다. 예상하셨죠? ㅎㅎㅎ 글에서도 느끼셨겠지만, 망상증과 불안증이 심한 저는 결혼생활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하며 내가 왜 결혼을 했지, 내가 왜 그 좋은 싱글 라이프를 버리고 이 사람이랑 이러고 있지 절망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옥에서 살았습니다. 하루는 '내가 미쳐가는구나' 싶어서 처음으로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을 받으며 깨달았어요. 문제는 나였구나. 살면서 한번도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제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지금도 저는 제가 어려워요. 하지만 성과는 있었어요.
저를 돌아보고 세상을 다시 보게 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였습니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세상은 꽃밭이고, 모두가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 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제가 생각하는 제비꽃은 소심하고, 진취성이 부족하고, 야망이 없고, 부정적이고,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배려심 있고, 사랑이 넘치고, 도덕관념이 투철하고, 섬세하고, 감정 표현을 잘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는 애초에 그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끌려 만났고, 결국 결혼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저는 제비꽃에게 '왜 너는 향이 진한 장미가 아니냐, 왜 너는 화려한 해바라기가 아니냐, 대체 왜 이렇게 소심하게 움츠리고 있느냐, 좀 더 화려하게 멋져봐라'를 끊임없이 강요했습니다. 그러니 결혼생활이 쉬울 리가 있나요.
깨달음을 얻은 저는 그에게 ‘제비꽃'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제비꽃을 보면 딱 그 사람이 생각나거든요. 자신을 뽐내지 않고 수수한 매력으로 소심하게 빛나는 들꽃. 그를 있는 그대로, 그러니까 제비꽃임을 인정한 후 결혼 생활이 행복에 가까워졌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제비꽃과 저의 꽃 같은 연애를 처음부터 복기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자아도취 망상증 불안증 환자 류미라는 사람이 어떻게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고 한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가게 되었느냐까지 쓰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전 사건들을 이토록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는, 제 감정 위주로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감정이 아주아주 중요한 사람이었거든요. 저도 많은 일을 잊지만, 제가 특별히 기분 좋거나 나쁘거나 짜증 났던 일들은 곧잘 기억합니다. 제비꽃과의 연애를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는 건 그가 제게 그렇게 다채롭고 강렬한 감정을 많이 안겨주었기 때문일 거예요.
제비꽃은 브런치의 존재를 모릅니다. 그에겐 절대로, 영원히 말하지 않을 거예요.
제비꽃과의 연애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아쉬우신가요? 그렇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 쓰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일이 몰아쳐서 일단 마무리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음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요. 제목은 지어놨어요. '서툰 결혼생활'.
언제 가능하려나...
가을부터 시작한 글인데, 봄에 끝나네요.
다시 한번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행복한 봄날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