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서 보내는 메일 2

2호 ; 北海道から送る心

by 선재

https://youtu.be/DhcIUYHiJDI

무감각에 대해 생각하면서 들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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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 날의 아침은 흐렸다. 비는 조금씩 내려앉았고 조금 으슬으슬한 날씨였다. 우리는 스프카레를 아침 겸 점심으로 먹기 위해 유명한 스프카레 집으로 걸었다. 그러다 바 형태의 카페를 발견했고 밥을 다 먹으면 그곳을 들러보기로 했다.


일본에 있는 것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삿포로에 있는 것은 마치 화려한 한국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지만 모든 것에서 질서가 보임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제서야 일본이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이런 게 도시라면 기꺼이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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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카레를 먹고 방문한 카페는 흡연이 되는 곳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담배를 함께 마시고 있었다.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런 것도 일본이라면 기꺼이라는 마음이었다. 일본은 어느 카페에 들어가도 핸드 드립을 마실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따스하게 감싸오는 원두 향기를 맡으면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는 과테말라. 과테말라는 커피를 마셨을 때 무거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 안을 매꾸는데, 그럴 때면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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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홋카이도 신궁으로 향했다. 그 전에 꼭 가고 싶었던 찻 집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마루야마 사료'라는 곳. 노부부가 운영하는 찻 집이었는데 비가 내리는 오후에 방문하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바깥의 날씨는 비가 내리고 쌀쌀했지만 찻 집 안은 일본식 난로로 따뜻하게 데워져있었고 의자 위에는 늙은 고양이가 숨을 고르며 잠에 들어 있었다. 우리는 녹차를 시켜 마셨고, 춥게 굳은 온 몸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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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이렇게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여전히 무엇을 하며 살게 될 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종착지가 있다면 이런 삶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매일매일 이어지는 여행이다. 나는 여행하면서 여러가지 삶의 모양들을 발견하고 나에게 맞는 삶의 모습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삶을 추구하면서 살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볼까. 라는 생각들을 하며 여행을 한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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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갑자기 무감각해졌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우울과 허무감에 대한 감각만 느껴졌고 그 외 다른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 또 다시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감정이 지속되었다가는 나는 여행을 갈 수 없었고 매일매일 차오르는 눈물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다. 현진은 이런 내 모습에 놀랐고 함께 슬픔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다. 나는 또 다시 공포에 질렸고 이런 감정들이 평생이 갈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이 모든 정신을 지배했다. 그리고 현진이 이런 나를 보면서 견뎠을 마음들과 시간들을 상상할 때마다 나는 좌절했다,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서 선생님은 잘 왔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해주었다. 불안과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선생님이 건낸 말은 "결국 다 지나간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예진씨는 이런 감정들이 걷히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불안과 맞서라는 말. 그렇게 나는 홋카이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포기와 한 걸음 내딛는 것 중. 이 중 어느것도 잘못된 선택은 없다. 그저 나아갈 때와 멈춰야할 때가 있는 것일 뿐. 그리고 지금 나는 멈춤 끝에 나아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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