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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 Apr 13. 2022

세상 모든 별종에게 보내는 위로

좋은 (여자)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vol.3

죽고 싶은데 죽을 용기가 없는 날마다 자우림의 노래를 들었다. 허공에서 흩날리다 사라지게 둘 수밖에 없는 생각들. 내 방에서 태어난 음울과 음률은 죄다 한강에 빠져 죽었다. 나 대신, 그들이 뛰어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자우림 멤버들이 불편해하려나.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중고등학교 때만 그랬을 뿐, 지금은 전혀 그런 마음으로 듣지 않는다. 분위기가 너무 우울해질 까봐 환기 좀 시켜보자면, 중학생 시절 노래방에 갔다 하면 무조건 매직카펫라이드를 열창했다. 때때로 신나고, 가끔 우울했고, 그 모든 시간에 김윤아의 목소리가 함께 였다.


소위 ‘힐링송’이라 불리는 다른 노래들과 달리 자우림의 위로는 괴짜 같은 면이 있다. 그 냉소를 사랑한다. 마냥 해맑은 목소리로 “다 괜찮아질 거야. 세상은 아름다워”라고 위로하는 게 아니라, “원래 세상은 뭣 같아. 나도 너처럼 힘든 적 있었어.”라는 위로. 축축하고 어두운 생각의 늪에 빠져 ‘나만 이렇게 사나?’ 싶을 때, “여기 나도 있어”라며 손 내미는 음악.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샤이닝 중에서)


이정도로 사소한 것을 신경 쓰는, 힘들어 하는, 결국엔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내가 이상하고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김윤아는 이렇게 노래하는 것 같다. “별종이면 뭐 어때? 그렇기에 세상은 더 흥미로워.”


요즘도 우울한 마음이 가랑비처럼 마음을 적실 때면 자우림의 음악으로 손이 가긴 하지만, 위태로운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자우림의 음악을 들으며, 아름답진 않아도 흥미로운 세상을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까. 오늘도 나는, 자주색 비가 내리는 숲을 거닌다.


추천곡 자우림 – 있지, 샤이닝 / 김윤아 – Going home, 야상곡

* 박연준 저 『모월모일(2020)』 중 인용 및 차용


*본 글은 뉴스레터 좋은 (여자)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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