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자)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vol.2
안녕, 겨울. 나는 이쁜이라고 해. 네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래봬도 내가 10살 먹은 아줌마니까 편하게 말 놓을게. 괜찮지? 강아지끼리 존댓말 쓰는 것도 좀 웃기니까.
이번에 우리 반려인이 너네 반려인인 이옥섭 감독에 대해 글을 쓴다길래 내가 옆에서 좀 엿들어 봤지. 너네 반려인은 새벽 4시에 일어나보자고 다짐한 뒤로, 꾸준히 지키며 새벽에 책을 읽고 시나리오도 쓴다지? 우리 반려인도 같은 다짐을 한 적이 있어! 1년간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실천은 못 했지 싶어.
하여튼, 너와 나는 공통점이 참 많은 것 같아. 척 봐도 식비가 꽤 많이 들어 보여, 너. 이번 새해엔 산도 탔더라? 나도 산 타는 거 굉장히 좋아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잖아. 가장 큰 공통점은 자연의 계보를 따라 세상에 나왔다는 점이지. ‘말티푸’니, ‘말티슈’니, ‘폼스키’니 하는 해괴망측한 이름이 요즘 많이 들려. 인간들의 욕심이 끈덕지게 고여 있는 펫숍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나봐.
너네 반려인이 만든 작품인 ‘펫숍 브이로그’*에도 나오듯, 사람들은 작고 귀여운 동물을 곁에 들이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나 봐. 쉽게 깃든 마음은 쉽게 저물지. 언젠가 귀여움이 다하거나, 질리거나, 귀찮아지거나, 여튼 명분이 생기기만 하면 쉽게 책임을 저버릴 지도 몰라. 아니면 영화 속 그 남자처럼 본인의 행운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데 그칠 수도 있고.
거리의 수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다 어디로 갔을까?
기회 되면 언젠가 만나서 개껌이나 같이 씹자구.
또와 함께 사는 쁘니가.
P.S.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 인간들은 펫숍 브이로그를 한 번 보고 오면 이해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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