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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행복독립

우리 집에 미*놈이 산다.

레야(초6)

by 최여름

내가 교통사고로 3박 4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레야가 집에서 작곡을 하고 악보를 만들었다.

피아노로 작곡은 늘 하는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악보로 만들기 시작했다. 악보프로그램을 깔아준 것은 몇 달 전이다. 그땐 별 관심 없더니 이번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유튜브로 사용법을 공부하고 바로 악보를 만들었단다. 그것도 대단한데 4~5일 동안 6곡이나 만들었다. 어떤 날은 게임 하나도 안 하고 8시간 동안 앉아서 만들었단다.

악보뿐 아니라 자신의 곡에 대한 설명서까지 만들었다. 제목, 연주 난이도, 악보 제작 시간, 악보 제작 난이도까지 스스로 정한 표기법으로 꼼꼼히 기록했다. 거기다 곡에 대한 설명은 또 얼마나 친절한지.


1692714695752 (1).png 레야의 곡 설명서



KakaoTalk_20250226_171013513.jpg 레야의 작품들 - 음알못인 나는 모차르트 악보인 줄.


레야 보고 나는 미*놈이라고 했다. 특급칭찬이다. 그보다 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초등 6학년이 며칠새 어떻게 이래? 방학 때 교회 가는 것 말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더니 농축된 에너지를 여기다 폭발하나 보다. 너무 재밌단다. 재밌어서 좋겠다 너는.

웃기는 건 제목이 죄다 영어라는 것. 허세는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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