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왕자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엊그제 남편과 결혼한 지 1,000일 된 날이었다.
우연히 카톡에 디데이 추가 기능을 해놨다가 알게 되었는데
울고 웃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곱도리탕에 막걸리를 먹으며 소소한 축하를 나눴다.
이제는 같이 저녁 한 끼 먹는 게 중요한 사람인 걸 알아서인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주는 남편이다.
치약을 중간부터 짜고, 3주에 한 번 청소기를 밀어도 괜찮은 남편과
입맛도 맞지 않아 매일 인내와 끈기의 연속이었던 지난날들.
신혼생활이 원래 달콤하지 않고 쌉쌀하기만 한 건지 나만 그런 건지 자책했던 나날들이었다.
남편은 같이 산 1년 동안 이미 포기했다고 했다.
집안이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지 않으면 예민한 아내,
같이 밥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아내.
그냥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한 지 1,000일이 지나고 보니 알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건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고,
상대를 다독이면서도 나 자신을 다독였기에 맞춰갈 수 있었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나아가는 게 왜 중요한가?
우리는 힘든 일이 닥치면 외부 상황 탓을 한다.
쉬우니까 그런 건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내 탓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나는 왜 이게 포기가 안될까'
'나라는 인간은 이기적인 건가 배려심이 없는 건가'
그러니 더욱 힘들었다.
남편 탓을 하다가 결국 지쳤다.
같이 밥 한 끼 먹는 게 힘든 우리 부부의 생활이 무난하지 못한 내 성격 탓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돌파구가 되어준 고마운 브런치.
브런치는 우리 부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결정적 장치였다.
찌개나라 떡볶이왕자 1탄을 연재하며 따뜻한 독자님들의 수많은 댓글과 공감으로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나아갈 수 있었다.
번외지만 혹시 지금, 어딘가에서 부부관계로 힘이 든다면 브런치를 시작하길 추천한다.
비공개 글은 아무 소용이 없다.
세상에 내놔야 그 글도 살아 숨 쉬게 되고,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향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방법을 찾아 헤맸던 1,000일.
우리 부부는 어느새 성장해 있었다.
남편이 떡볶이만 먹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나는 떡볶이가 좋아졌고,
밥 먹으면서 대화 나누는 게 중요한 아내를 위해 가끔은 일부러 시간을 내는 남편이다.
떡볶이왕자와 찌개나라에서 서로 상처도 많이 줬다.
하지만 너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내게 상처를 허락하는 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일도 모레도 여느 날과 비슷할 것이다.
섭섭하기도 고맙기도 한 감정의 반복이겠지.
중요한 건 우리는 제법 편안해졌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2,000일이 지나 3,000일이 된다면 지금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길 바라본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탄으로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오늘도 마음껏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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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나라 떡볶이왕자 1탄 읽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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