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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옥수수 Jan 21. 2024

결혼생활이 행복하려면 내가 먼저 행복하면 된다

떡볶이와 군밤

추운 겨울이 힘든 내게 군밤은 겨울에도 행복할 수 있게 해주는 음식이다.

따뜻한 알맹이가 뭐 이리도 맛있는지.

내가 맛있으니까 남편도 맛있겠지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남편과 좋아하는 음식부터 식사 문화까지 맞는 게 없던 우리 부부.

서너 번의 겨울이 지나고 나니까 조금은 성숙해진 걸까?

결혼생활이 행복하려면 내가 먼저 행복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년 동안 싸우면서 나에게 맞춰줬으면 하는 마음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고백하자면 지금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다.

다행인 건 서로를 포기하지 않아서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내려놓은 자리에는 빈 공간이 생겼다.

비워야 채워지는 진리.

남편과 덜 싸우기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방법들이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었고, 그게 곧 우리 부부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내겐 효과 만점이었던 두 가지를 소개해본다.

첫째, 일에 몰두하기

브런치에도 썼지만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돈에 대해 내가 어떤 감정이고, 어떤 목표가 있는지 몰랐다.

일하는 건 그저 생존을 위해서 하는 거지, 뿌듯함은 성과에서만 나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1일 1식하는 남편에게 같이 밥 먹자고 그만하고 내 삶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때마침 이직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남편과 퇴근하고 저녁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야근하고 저녁을 먹고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일은 만만치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일하는 재미'를 알았다.

파이어족도 생각했는데 80살까지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나부터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사는 아내가 되자 우리 집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둘째, 독서 습관 만들기

남편과 밥 먹는 것에 대한 갈망을 내려놓자, 남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인생의 숙제를 해결해 보기로 했다.

1년에 50권 읽기, 한 달에 1권 읽기 등 수많은 독서 습관을 목표로 했지만 매번 실패였다.


여유로움에서 나온 용기였을까.

즉흥적으로 회사 동료와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모임 회원은 우리 둘.

주제, 두께 상관없이 일주일에 1권 읽고 한 줄평이라도 독후감을 써서 서로에게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어느덧 9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50권 돌파가 얼마 안 남았다.

독서 습관을 가지고 싶었던 목표도 이뤘고, 독서로 인해 삶도 훨씬 풍요로워졌다.

독서의 순기능은 많겠지만 나에게는 남편과의 평화도 가져다주었다.




이젠 결혼생활이 힘들어지면 나부터 생각하게 된다.

'요즘 내가 삶에 불만이 있나?'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제도 남편이 혼자 시켜 먹고 남은 00분식 포장지를 보며 생각했다.

'떡볶이 먹고 행복해서 다행이다.'

어느새 각자 행복해야 둘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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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나라 떡볶이왕자 1탄 읽어 보기 ▼

https://brunch.co.kr/brunchbook/jjiga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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