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실로 뜨고 뜨고 또 뜨고

by 썸머

26. 2. 9. 월. Am 11:23

어제저녁에 수세미를 뜨기 시작해서


새벽, 아침, 조금 전까지 계속 떴다. 색깔 하나 꺼내와서 뜨고 새로운 색 하나 꺼내 와서 뜨고. 그리고 조금 남은 선명한 노란색 수세미실이 촌스러워 손이 멈칫거리는 걸 써버리자 하고 가져와 뜨는데 색이 예뻤다. 나이 먹으면 원색이 예뻐 보인다는데. 노안이 되어 그런 걸까, 싶을 만큼이었다. 분명 눈으로 볼 때는 촌스러웠는데 막상 뜨니까 5살 유치원생, 봄에 피는 개나리 같은 싱그러운 밝은 노랑이었다.

연노란색과 한 줄씩 번갈아 떠도 예뻐 순서를 바꿔서 다시 뜨고 실이 떨어질 때까지 떴다.

부족한 실을 다른 색 실을 꺼내와 맞춰보고 초록으로 마무리했다. 또 그 초록색실과 수박을 뜨던 밝은 빨간색 실로 번갈아 떴다. 수박바가 생각이 났다.

만들어졌을 때의 예쁨보다 만들 때 색실을 사용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 선명한 노란색 수세미실 덕분에 수세미를 뜨고 뜨고 또 떴다. 기본 호빵 수세미로 무한정 뜰 것 같던 수세미를 초록과 빨강 수박색 배색 수세미까지 뜨고 멈췄다. 한 개 만들 때 25~30분이 걸리니까 수세미 뜨기만 5시간은 한 거 같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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