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삼계탕

by 썸머

온전히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아침에 식사를 가장 왕성하게 하기도 하고 삼계닭이 작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몫이 제해져 있다는 것에서 먹기 시작해 다 먹게 됐다.

지난번에 엄마집에서 가져온 쌀 20kg 한 가마가 다 떨어져 갔다. 언제 가지러 갈까를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 내일 금요일은 광복절. 작은 아이가 학교를 쉰다. 토, 일까지 3일 동안 작은 아이가 쉬면 아이와 같이 가거나 두고 가야 한다. 그전에 가는 게 좋겠다 싶어 오늘 아침 남편에게 말했다. 작은 아이가 방학중 방과 후와 돌봄으로 학교에 등교 후 남편에게 갔다 오자고 말했다.

엄마집에 갔다 집에 돌아온 시간이 1시간 조금 안 걸렸다. 엄마집에서 조금 덜어진 쌀 1 가마, 깐 마늘 1킬로, 아침에 쌀 가지러 간다고 엄마에게 전화한 후 엄마가 시장에서 바로 짜온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2병, 엄마가게 밑반찬 우무무침, 나나스끼, 국물 있는 콩나물, 삼계탕 중 제일 맛있는 엄마집 삼계탕 2마리, 내가 미리 말해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아 둔 다시다, 계란 한 판, 국수, 그리고 과일 복숭아와 배를 몇 개씩 가져왔다.

가져온 음식들을 정리하고 삼계탕 어떻게 할까 남편에게 물으니 하나는 큰아이 주고 하나는 나랑 작은 아이가 먹던지 할게,라고 했다. 당연하게 나는 빠져있었다. 평소 고기를 잘 안 먹기는 하지만 이건 느낌이 달랐다. 배제된 느낌, 소외된 느낌, 빼버린 느낌, 나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 들어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 나 이거 하나 먹을게.

유기그릇에 엄마 삼계탕을 담고 반찬그릇에 담아둔 엄마 반찬들을 꺼내 아침으로 차려 먹었다. 엄마집에 다녀오며 평소보다 아침을 늦게 먹어 시장하기도 했고 내 몫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나 삼계탕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거실에 앉아 티브이를 보는 남편에게 보란 듯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내가 먹었다. 나머지 한 마리는 누구 몫일까. 자기가 챙기는 큰 아이를 줄까 아니면 자기가 먹을까. 내가 먼저 누가 먹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큰 아이를 챙겨주면 자기를 뺏다고 느낄 수 있고 남편에게 먹으란 말은 맘에 없는 소리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편이 아이에게 먼저 권할지 그전에 자기가 먹을지 궁금하다. 두 마리가 있을 때는 첫 번째 몫이 큰 아이였고 두 번째가 자기와 작은 아이였는데, 한 마리가 있을 때는 먼저 챙겨줄 생각을 한 큰 아이 몫이 그대로 일지 자기가 먹고 싶은 마음에 아이에게 권해보고 안 먹는다고 말하길 기대할지 그것도 아니면 권하지고 않고 자기가 먹을지. 자기가 못 먹었을 때 자기 몫이 없음을 알았을 때 기분이 어떨지. 당연히 자기가 먼저고 자기 몫이라 여긴 게 자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소외됨 소홀함 무시를 느낄지. 느낀다면 그 기분은 어떨지. 그 기분까지 내가 생각해 주고 싶진 않다. 그걸 느낀다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뿐이다.

삼계탕을 먹으며 재작년 10월 가을을 생각했다. 남편이 변했다고 느낀 때다. 고객에게서 받아온 대봉감 여나무개를 자기 방에 들여놓고 자기만 한 개씩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이 변했다고 느꼈다. 먹을 거든 뭐든 가족과 나에게 먼저였던 사람이 자기 몫을 먼저 챙기기 시작했다. 그즈음 안방 옷방을 자기 옷방으로 쓰겠다고 했다. 집에서 자기 공간을 주장한 적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옷방을 자기 옷방으로 하겠다니 이상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난 안방에 있는 붙박이장에 내 옷이 들어 있었고 옷방에도 내 옷이 일부 걸려 있었고 그대로 두었으니까. 남편에게 듣지 못한 말을 들어 이상했지만 공간 사용에 변한 건 없었다.

나중에 바람피운 걸 알고 되짚어보며 그때 남편이 했던 말과 행동이 짜 맞춰졌다. 밖에서 여자를 알고 나서 나와 집과 가정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자기만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던 때였다.

삼계탕을 내 몫으로 먼저 챙겨 먹으며 대봉을 혼자서 먹던 남편을 생각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나와 가족이 아닌 자기가 중요했고 지금 난 남편이 아닌 내가 중요해졌다. 예전의 나였다면 남편 몫 아이들 몫을 먼저 챙기고 나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당연하게 먹을 욕심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엔 달랐다. 네가 아닌 나를 챙기기로 바뀌었다. 좋고 안 좋고 보다 너 몫이 아닌 내 몫을 챙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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