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와 쪽파는 돼, 대파는 안 돼

아이의 단어 사용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의 생각 발달을 보고 놀라곤 한다

by 썸머

25. 12. 30. 화. Pm 11:56.

아이의 기억


저녁에 아이가 과자 먹는다는 말에 내가 밥 먼저 먹고라고 말했다. 아이가 계란탕에 밥 말아먹을래라고 했다.

요즘 들어 부쩍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야채를 안 먹겠다고 한다. 야채가 많아 골라먹다 못 먹겠다고 음식 남기기도 여러 번.

그래서 오늘 계란탕에는 계란과 물 맛소금만 들어가고 야채는 넣지 않았다. 계란이 다 익은 끓인 연 노란 국을 보는데 허전했다. 작은아이에게 줄 때는 상관없지만 큰아이에게 주기에는 색이 빠져 허전해 보였다.

작은 아이도 똑같이 느꼈는지 "부추나 쪽파는 괜찮아"라더니 냉장고를 열고 야채박스를 열어 뒤적거리며 부추와 쪽파를 찾았다. "부추랑 쪽파는 없어 대파는 있어. 대파 잘게 썰어 넣어줄게" "대파는 안돼" 안 돼였나 싫어였나. 푸른 잎의 부추와 쪽파랑 끈끈이 액이 있는 대파 차이를 아는 건지. 그걸 아는 내게는 차이 구별을 하는 거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야채를 안 먹는다지만 부추나 쪽파는 먹는다고 하니 안 먹는 거보다는 낫다. 예전에 끓여줄 때 부추와 쪽파를 넣어준 기억, 그걸 먹었던 경험과 기억이 아이에게 그 야채들은 먹을 수 있는 야채가 됐다.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하다, 큰말 같은 이 말이 작은 일 같은 이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

엄마인 내게는 아이가 부추와 쪽파, 대파를 먹을 수 있는 것과 먹고 싶지 않은 것을 구별할 때 사용했다는 게 좋은 발달상황으로 해석된다. 2살부터 5살 때까지 아이발달에 걱정이 많았던 엄마로서 아이가 사용하는 단어들을 들을 때 이렇게 캐치되는 단어들이 있다. 저런 단어를 사용하네. 저 뜻을 알고 았다는 거구나.

어려워 보이는 단어나, 난이도가 있는 단어 거나, 고급어휘 같거나, 단어를 사용하면서 뜻을 알고 사용한다고 느껴질 때. 아이의 단어와 어휘 사용에 놀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더 잘 발 달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발달이 늦었던 부분은 전체가 아닌 일부였을 수 있겠다. 뇌가 다쳤다면 다친 그 영역의 뇌발달이 느렸던 걸 수 있다. 나머지는 충분히 걱정할 필요 없고 내가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 아이는 가속도를 가지고 폭풍 성장하는 중인 거 같다.

걱정은 필요 없고 잘 크는 아이의 성장을 바라봐주기만 하면 될 거 같다. 흐뭇하게 바라봐주면 그걸 느끼는 아이는 더 잘 자랄 수 있을 테니 아이걱정은 치우고 내 마음에 여유 찾기를 걱정해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