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으로 남을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경기장 안의 관중들,
대형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보이는 앉아 있는 뒷모습들,
넓은 공원에 흩어진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장면처럼 시선을 끄는 특정한 사람.
군중 속에서 눈에 띈 다수,
그중 집에 와서도 생각나는 몇몇,
또 그중에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사람.
이 사람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오래 기억나는 사람은, 그날 그 장소가 가진 목적성과 공기가 그의 무드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지니고 있다.
별거 아닌 듯해도 그가 내뱉은 어떤 문장, 그의 차림새, 표정 중 하나가 그 상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찰나가 있다.
아마 그때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그 장면을 사진처럼 찍어두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그 사진을 조용히 한쪽에 꽂아둔 채 지나온 거다.
하루에 한 사람만 기억에 남는다 해도 일 년에 365명이다. 그렇게 쌓인 얼굴 중에는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순간의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
이 생각을 하고 나니 작은 부담이 일렁인다.
내 마음 한쪽에 쌓인 이름 모를 누군가처럼, 나 또한 누군가에게 조용히 쌓일 텐데.
궁금해진다. 내가 스쳤던 그날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번 놀러 가보고 싶다.
그들의 눈에 그 순간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