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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름 May 23. 2023

사업도 안할 건데, 경영학과는 좀 그래

- 유한한 인생에서 무한한 길을 찾다. 황여름 일대기 (2)

여름은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 공부에 유일하게 흥미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 파리에 대한 동경으로 혼자 프랑스어 공부를 하다 그만두기는 했지만 영어, 중국어, 일본어 자격증도 대학교 4학년에 턱턱 따냈다. 물론 어느정도 잘한다 싶은 수준 이상의 점수였다.


그녀는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방학에 학교에서 알선해준 해외 인턴십을 갔다. 중국 상해에 위치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한국 기업의 지사였다. 


"안녕하세요. K대 중국어 전공 황여름입니다."

"안녕하세요. S대 경영학과 김형식입니다."

"오 나도 S대야~. 몇학번이랬지? 반갑네."

"학교 앞에 아직도 홍이네 백반집 있지?"


여름이 나온 K대는 서울에 위치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동경하는 알만한 K대는 아니었다. 반면 같이 인턴십에 간 S대 출신의 형식은 모두가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학의 남자 사람 대학생이었다. 상해 지사에서 근무하는 주재원 직원들은 S대 출신 형식을 보자마자 반가움을 나타냈다. 


'S대 나온 남자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좋은가.'


*


여름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Y대, S대, 못해도 집 근처의 E여대는 가야 한다고 압박 아닌 압박을 당했다. 물론 지원도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그 시작이 너무 일렀던 탓일까.

여름은 고3 여름방학때 '번아웃'이 온 것을 깨달았다. 문제풀이만 기계적으로 할뿐,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번아웃을 부모님에게 티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유일한 재미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던 책을 독서실에서 읽었다. 장르도 정말 다양했다. 그 당시 가장 핫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부터 '보랏빛 소가 온다' 같은 마케팅도서, '냉정과 열정사이'와 같은 로맨스까지 표지에서 필(feel)이 온다면 닥치는대로 읽어댔다. 심지어 비문학, 문학 문제집에서 지문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던 적도 있다.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책을 빌린 10위 안에 들어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갈 정도였다.


수능시험의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고1 첫 모의고사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름은 더 이상 수능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이제 공부는 끝이야.'

'명문 대학교가 뭐가 중요해?! 서울에만 있으면 됐지.'


여름은 대학교 이름이란 세상이 정한 메뉴판과 같은 것일 뿐이라 생각했다. 

'메인 메뉴를 고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나같은 사이드 메뉴를 고르는 사람도 있겠지.' 


그 다음 여름에게는 전공 선택이 남아있었다.


"근데, 사업할 것도 아닌데 경영학과는 왜 가는거야?" 

여름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가장 친한 친구 주희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나는 사업할 성격도 아니야. 심지어." 주희는 책상 위에서 가방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너는 용의 꼬리가 되고 싶어. 아니면 뱀의 머리가 되고 싶어?"

"음...근데 우리가 어차피 용의 몸에는 못가는 성적이잖아?"

"그러네. 그럼 뱀의 꼬리와 도마뱀의 머리로 할까?" 

여름과 주희는 까르르 웃어대며 교실을 나섰다.


"중국어가 요즘 뜬대."

"그치, 어쨌든 졸업하면 중국어는 잘하게 되지 않을까?"


여름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외국어 공부에 더 마음이 갔던 모양이다.

결국 도마뱀 대학의 경영학과가 아닌, 뱀 대학의 중국어학과를 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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