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노동에 의한, 노동을 위한 술
요즘 매주 술을 빚으러 다닌다. 말 그대로 매주 "빚지는" 않지만 전통주에 대해 배우고, 실습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직 입문자이지만 술을 만들며 느낀 감정에 대해 공유하자면, 전통주, 특히 막걸리로 불리는 탁주는 노동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술이라는 것이다.
막걸리는 고두밥과 누룩, 물로 만들어지는데 쌀알 하나하나에 물이 잘 흡수되도록 치대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실제로 1kg의 고두밥과 딱딱한 누룩, 물을 넣고 이리저리 치대다 보면 이마에는 송글 송글 땀이 맺히고, '팔이 아프다'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아직 멀었나?', '몇 분 더 해야하지?', '충분한 거 같은데?' 하는 수많은 내면의 목소리가 뒤따라온다. 하지만 이 과정을 이겨내고 계속해서 치대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술 빚기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만들 때의 노동뿐만이 아니다. 전통주는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는 회복제로서 노동자들과 늘 함께 한다. 대학생 시절 농활에서 마셨던 막걸리를 기억하는가? 농활에 갔던 경험이 없더라도, 퇴근 후 파전과 함께 막걸리나 쌀알이 띄어진 동동주를 마실 때의 시원하고 달달한 쾌감을 모르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전통주는 노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노동이 있기에 매우 값진 술이다. 어떠한 종류라도 상관없다. 노동이 있어야만 진정한 맛을 느끼고,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전통주의 정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