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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주 May 19. 2024

사람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면

관심사가 남겠지


사람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면 한 줌 먼지로 날아갈 것들이 날아가고 남는 것은 ‘관심사’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사람을 제일 잘 보여주는 관심사, 거기서 자라나는 취향, 주변을 에워싸는 것들, 공간, 사람, 생활 깊숙이 쌓여가는 조각들. 그게 그 사람인 거다.

굳이 행복을 말하지 않는다. 관심있고 재미있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내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아직 모르는 것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있다. 반대로 관심이 전혀 없는 분야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이.

햇수로 결혼 10년차가 되었다. 이제는 전우애도 조금 생겼다. 우리는 냉장고가 비면 장을 보고 돌아와 재료를 정리하고 길쭉한 대파를 씻어 다듬어 둔다. 해가 좋은 날 이불을 널면서 바삭한 촉감을 이야기한다. Extreme의 <Peacemaker Die>는 왜 한국반에서 누락되었던 걸까 궁금해하며 오리지널 음반을 구하기 위해 종로 뒷골목을 헤매던 썰을 나눈다. 라틴 리듬이 사용된 곡에서 클라베 소리를 함께 찾아본다. 도로 위의 사람들은 양보라는 단어를 잊은 듯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이웃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세상은 금방이라도 멸망할 것 같지만 지구의 아름다움에 경탄한다. 아직 가 보지 못 한 여행지들은 십년 후 라인업에 줄을 세운다. 

우리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믿는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불안과 우울 아래에 깔리지 않고 옆에 서서 그것들을 다루는 연습을 한다. 관심사를 차곡차곡 주머니에 넣어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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