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미 Mar 19. 2019

다미 언니 다예

Rome, Italy, Europe

언니가 워킹홀리데이로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고등학교 3학년, 그리고 재수생 시절을 보냈다. 새내기가 되고, 한 학기를 보낼 때쯤 언니의 비자 만료일이 다가왔다. 우리 가족은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방학이 긴 나는 부모님보다 먼저 유럽으로 가 언니와 둘이 여행을 먼저 시작했다.


기억하는 한, 첫 해외는 이탈리아 로마다. 2016년 여름 유럽여행의 시작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 열-세시간이 걸렸다. 이탈리아어도, 영어도 못하는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낯선 언어가 걸린 표지판, 낯선 느낌의 사람들 속에 나는 그곳에서 2년 만에 언니를 만났다.


나는 ‘아이유-스물셋’, 언니는 ‘김광석 –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새해를 맞았다.


언니는 나와 6살 차이가 난다. 그녀는 단발머리에 큰 눈을 가졌다.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는 그녀는 입술 역시 연한 색을 바른다. 오른쪽 팔에는 왕점이 하나 있는데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증표라고 생각한다. 가끔 이렇게 작았나 싶을 정도로 작은 키에, 짧은 다리여도 걸음은 빠르다.


콜드 플레이를 좋아해 영국에서 공연을 보기도 했으며, 두산의 열정적인 팬으로 50명의 회원을 이끄는 카페를 운영한다. 주변 사람에게 줄 선물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손글씨로 마음을 채운 엽서를 주기도 하는 그녀는 사람들에게 꽤 사랑받는 여자다. 그녀의 모든 행보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는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가진 것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동생과 나는 친하게 지내긴 했어도 막상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던 것 같다.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탓에 한 번도 학교를 같이 다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어느 날, 런던에 살게 된다면, 최다예 워킹홀리데이 에세이


스물 한 살 여름, 우리의 유럽여행은 50일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여행을 하며 우리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언니는 계획적인 데다 깔끔했다(내 기준으로). 나는 헤어 드라이기 앞 통을 잃어버렸고, 아무도 빠지지 않는 진흙 밭에 발을 빠뜨려 언니가 발을 닦아줬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5개의 전시를 볼 수 있는 티켓을 두우모 꼭대기에 떨어뜨리고 내려오기도 했다. 우리의 ‘다름’은 서로에게 자극이 된 것 같다. 언니는 나의 느긋한 모습을 좋아했고, 나 역시 언니의 똑 부러지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엄마는 나에게 “내가 없으면 언니가 엄마다”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하셨다. 어릴 때는 그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가 간다. 엄마는 중학생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형제들과 자랐다고 한다. 엄마의 경험에서,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겠지.


내가 없던 그녀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기도 하다. 이 꼬맹이 같은 동생은 언니 삶의 일부만 보았지만, 언니는 나의 일생을 보았다. 언니가 대결자든, 나와 다른 사람이든, 나에게 엄청난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언니가 있어서 내 삶이 다채로워진 느낌이랄까. 그런 언니에게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여덟 살의 교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