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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Oct 04. 2018

여덟 살의 교복

Seoul, Republic of Korea, Asia

8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전 엄마를 따라 교복을 맞추러 갔습니다. 이름도 어마 무시한 '우주패션'교복 전문점이었습니다. 우주패션 아저씨는 앞으로 3년의 성장 예측을 수치로 정확히 쟀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못한 것을 말이죠. 그렇게 저는 11살에 우주패션 아저씨를 한 번 더 만났고 초등학교 6년간 교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입학한 초등학교는 전국에 76개뿐인 사립 초등학교였습니다. 기준은 모르겠지만 그중 5위 안에 드는 그야말로 명문학교입니다. 학교 책상과 의자는 광고에 나올법한 고급이며 교복 코트는 옷걸이에 걸어 개인 사물함에 넣어두었습니다. 공책, 모자, 양말, 일기장, 알림장에 '동북'마크가 찍히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정장을 입고 잉크 보드에 글자를 정자로 그려 넣으셨습니다. 골프 수업, 영어 드라마 수업, 창의 글짓기 수업 등 기본 교과 과정 이외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8교시가 끝나면 방과 후 수업까지 있었고, 집에 가 저녁을 먹고 나면 해가 졌습니다.


수학여행은 일본으로, 제주도로 갔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기억이 나지 않고 기록에만 남아있습니다. 18살, 고등학교 2학년 때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렸습니다. 인당 3만 원 하는 뷔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가 보통과 다른 것인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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