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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ul 10. 2017

신비한 동물사전

비(非)히어로들이 이끌어가는 마법 이야기


신비한 동물사전 / 2016 / 영국


감독 : 데이빗 예잇츠

출연 : 에디 레드메인, 콜린 파렐, 캐서린 워터스턴 등



“이거, 꿈은 아니에요. 전 이런 걸 상상할 두뇌가 없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노마지(‘머글’의 미국식 표현)가 외치는 대사에 얼마나 공감했던지. 극장에서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고 나온다면 조앤 K.롤링이 스큅일거라는 음모론(?)에 한 표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롤링이 해리포터 세계, 일명 ‘Potter Universe’를 과거부터 미래까지 치밀하게 만들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런던이 아닌 뉴욕이라는 새로운 장소에 또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낸 그녀의 상상력은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하 내용은 영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끌어오는 힘


영화를 보면서 화려한 마법효과, 니플러와 같은 신비한 동물들, 인물들의 비주얼 등을 보고 수없이 감탄을 뱉어냈다. 하지만, 가장 놀랐던 건 우리와 함께 10년 넘게 성장한 해리 포터가 그립지 않을정도로 비주류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중심으로 끌어왔다는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고 자란 세대의 사람들은 ‘호그와트에 입학한다면 어느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단연 99%는 ‘그리핀도르’를 외쳤을 것이다. (1%는 아마 슬리데린..?) 하지만, <신비한 동물 사전>을 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등 주요 기숙사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후플푸프 기숙사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머리 속에서 그리핀도르는 사라지고 너드같고, 멍하고, 소심해보이지만 동물을 사랑하며, 배려깊고 마음이 따뜻한 후플푸프 기숙사로 뉴트와 함께 가고싶어질지도 모른다. 




<신비한 동물 사전>의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롤링이 전작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일정 부분 다루었던 비주류 문제를 다시 끌어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메인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그리핀도르에 가려졌던 기숙사 ‘후플푸프’를 스토리의 중심으로 채택했다. 후플푸프 출신의 주인공 뉴트 스캐맨터는 해리 포터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의 인물이다. 부모님의 숭고한 희생 덕에 볼드모트와 대적해야 할 숙명을 타고난 영웅적 면모가 보이는 해리와 달리, 뉴트는 그냥 동물을 사랑하고 굳이 적을 만들지 않는 성격이다. 짝사랑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그녀의 사진만 가방 안에 간직하며, 영화 엔딩에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하는 순간마저 그는 망설인다. 흑마법 '옵스큐러스'에 휩싸인 아이를 대적할 때에도 무조건 마법으로 공격하지 않고 대화로 아이를 설득하려 한다. 


마법사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냥 당신이 좋아서요"


신비한 동물 찾기 여정을 함께 한 ‘노마지’ 제이콥 코왈스키가 뉴트에게 왜 자신의 기억을 여태까지 지우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뉴트 스캐맨터는 ‘그냥 당신이 좋아서’라고 대답한다. 해리포터가 볼드모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머글들의 기억을 지우는 장면들과 대조적이다. 바로 여기에 비주류가 중심으로 나타나는 두 번째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바로 '머글'이다. 그동안 마법사를 보고 놀라거나 괴롭히는(대표적으로 해리의 사촌 두들리가 있다.) 소극적인 역할로만 그려진 ‘머글’들은 영화에서 마법사의 동반자로 그려진다. 물론, 마지막에 미국 마법사 대통령의 명령으로 불가피하게 기억을 지우긴 하지만 노마지인 제이콥은 뉴트와 함께 애럼펀트를 다시 가방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며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소동의 원인인 ‘옵스큐러스’의 숙주였던 크레센드 역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 스큅이다. 

전작에서 집요정 해방을 통해 살짝 비주류 캐릭터들에게 시간을 할애했던 영화는 <신비한 동물사전>에 이르러 마법세계의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머글과 스큅을 조연의 역할까지 끌어오며 전작 시리즈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주변인들을 중심으로 끌어오는 힘을 보여준다. 마법 사회에 존재하긴 하지만 존재감이 없는 스큅과 머글, 해고된 오러, 후플푸프 출신 동물학자 등 비()히어로들이 끌어가는 마법 이야기는 이미 뛰어난 능력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해리포터보다 더 아픈 손가락으로 느껴진다.



다음 편이 기대되는 이유 : 해리포터의 단서들


서 영상 효과에 대해서 얘기하진 않았지만 CG에 있어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좋았으나 인형에 특수효과를 입힌 신비한 동물들(천둥새, 오캐미 등)을 만지는 순간 순간의 어색함마저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편이 기대되는 이유는 색다른 캐릭터 설정에도 놓치지 않은 
해리포터와의 연결성이다. 덤블도어에 대적할 만한 흑마법사 그린델왈드의 등장, 그가 크레덴스에게 준 죽음의 성물 목걸이, 서로의 마법학교가 최고라고 언급하는 부분, 래스트랭 가문 등 포터 유니버스의 흔적을 영화 곳곳에서 찾을 때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특히, 
옵스큐러스는 전작 시리즈 1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핵심 기둥 역할을 한 볼드모트의 호크룩스처럼 앞으로 시리즈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실제로 감독은 크레덴스가 뉴트가 탄 기차에 오르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넣지 않았다고 말했으니, 2탄에서는 옵스큐러스의 비중이 좀 더 커질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영화에서 덤블도어가 언급된 것(‘뉴트가 퇴학 위기에 처해있을 때 덤블도어만이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을 보아 다음 편에도 덤블도어가 그린델왈드의 관계로 또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시리즈에서 더욱 기대되는 뉴트와 티나의 관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음 만남을 신청할 때도 돌려 돌려 생각한 말이,  겨우 “다음 책이 나오면 직접 전해줘도 될까요?”일 정도로 소심한 뉴트. 하지만 마법사들이 외면한 신비한 동물들과 진정으로 교감할 줄 아는 따뜻함을 가진 그가 파리에서 보여줄 또다른 마법 여정이 기대된다. 


p.s. 뉴트의 마지막 대사가 소심하다고 썼긴 했지만 정작 영화를 보던 내내 저 신에서 혼자 괜히 얼굴이 빨개졌다. 누군가, 아니 뉴트가 저렇게 데이트를 신청한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그냥 제가 찾으러 가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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